눈을 뜨자마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간단히 준비를 하며 왔다 갔다 하는 나를 엄마가 훑어봤다. 엄마는 언제나 내 출근룩을 훑어보며 맘에 들지 않으면 코멘트를 한다. 짜증스럽다. 나와 내 가족을 도와주러 우리 집에 와서 고생하는 엄마를 보고 아침부터 이런 마음을 품는 게 죄스러웠다.
어제는 로렌스 위너의 UNDER THE SUN이라는 전시를 보러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 갔다.
로렌스 위너는 언어를 재료로 삼는 작가인데, 이를 '언어 조각'이라고 한다. 전시장 공간은 넓었고, 그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언어들(작품들)은 문구 자체로 또는 흘러가는 모양으로 나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중에서 'A PURSUIT OF HAPPINESS ASAP'라는 작품에 꽂혔다. '행복의 추구 가능한 한 빨리.' 작가가 나를 향해 던지는 정언 명령 같았다.
오늘 방탄소년단의 남준이와 태형이가 입대한다. 내일은 정국이와 지민이가 입대한다. 이렇게 7명 모두가 군인이 되고 남겨진 ARMY(팬덤명)들은 고무신이 된다. 눈 뜬 순간부터 예민했던 이유를 알았다. 나는 지금 슬픈 거다.
매일 나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인스타 스토리를 통해서 새로운 생각거리를 던져주던 나의 오랜 친구들과 18개월 동안 헤어지는 게 슬프다.
어젯밤 남준이는 팬카페에 긴 편지를 남겼다. 그 안에는 '미래에서 만나요'라는 문장이 있었다. 나는 즉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떠올렸다.
미래에서 온 소년 치아키가 시간을 오갈 수 있는 소녀 마코토에게 “미라이데 맛테루(미래에서 기다릴게)”라고 말하고 떠나는 장면을 말이다. 마코토는 “응 스구 이쿠. 하싯테 이쿠(응 금방 갈게. 뛰어갈게)”라고 말했다.
치아키와 마코토는 미래에서 만났을까? 매일의 현재를 살아가기 바쁜 나는 미래 따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그저 지금 행복하고 싶을 뿐. 다시 로렌스 위너의 명령이 떠오른다. 행복의 추구, 가능한 한 빨리! 그런데 방법을 모르겠다. 누군가 ASAP로 그 방법을 알려줬으면. 누군가 시간을 달려서 미래에 나를 데려다 놓았으면. 그때의 나는 행복했으면. 그저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