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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Dec 15. 2023

방탄소년단 팬미팅 후기

나쁜 거라 더 좋은 거야


“짐, 어떻게 생각하니?
진짜 마술을 배울 준비가 되었니?”
소설 '닥터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루스할머니 질문



2019년 6월 22일 머스터 '매직샵' 공연장



조명이 꺼지고 아미밤 별빛 은하수 소리. 그리고 영상이 시작됐다. 루스 할머니가 말하는 것 같은 내레이션.



"매직샵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무언가 나누고 싶은 고민이 있나요. 무언가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나요. 매직샵은 여러분들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어 줄 거예요. 그러기 위해선 여러분의 열쇠가 필요합니다. 지금부터 매직샵의 문을 열기 위해 집중해 주시기 바랍니다. 몸의 긴장을 푸세요. 심호흡하고요 머릿속을 비우고 집중하세요. 머릿속에 문을 하나 그려보세요. 문 뒤에 원하는 것을 떠올려 보세요. 간절히 믿는다면 여러분의 매직샵이 나타날 거예요. 준비되셨나요. I'll show you"


 

노래 '둘!셋!'이 시작되고 매직샵의 문이 열렸다. 보석발 흔들리는 소리가 난 뒤 초인종이 세 번 울리고 'home'이 시작됐다.



미칠듯한 설레임에 인사조차 못했어
Yeah I'm going out baby 온 세상이 내 집
MAP OF THE SOUL:PERSONA(2019.04.12.)
5번 트랙 'home'



짧은 머리 반깐 스타일로 등장해서 첫 소절을 부를 때 알아버렸다. 오늘은 박지민이구나. 지민이 목소리가 흔들림 없이 쭉쭉 올라간다. 으흐흑 주인님.. 관객석 가까이 둘레길처럼 만든 무대를 돌면서 '134340'을 부를 때 지민이와 눈이 마주쳤다. 진짜다. 주인님..

 


'tomorrow' 단체 안무를 본 뒤 참을 수 없어진 나는 옆자리 아미에게 한마디 건넸다. “개섹쒸!” 그 아미는 처음 보는 인간이 내뱉는 과격한 단어에 바로 화답했다. “와 개섹쉬! 제 입덕곡이 이거예요!”

영상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는 말은 필요 없겠지. 

다르다 주르륵..



첫 머스터 때 보여줬던 무대를 재현한 'we are bulletproof.' 김남준 저 옷, 홉이 화려한 실크 셔츠.. 유감스러운데 좋아 죽겠는 건 뭔 일. 돌았나 보다.



really?



그렇게 유감스러운 방탄이 지하에서 걸어 나오며 노래했다. 그 옛날 화가 많이 난 오빠들 표정을 짓고. 우리는 방탄소년단이니까 얼마나 방탄이 잘되는지 보여줘야 한다는 사명을 띤 총알 퍼포먼스가 시작됐다. 태형이는 멋있는 척하는 본인을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럴 만도 하지. 우리 태형이는 그냥 있어도 멋있는데.. 멋있는 척하는 게 웃길 거야.. 암..



기다리고 기다리던 내 최애곡, 'skool luv affair.'

우리 랩라(래퍼 라인: RM, SUGA, J-HOPE)는 이렇게 달달하고 이렇게 희망적인데 이렇게 힙합이다. 넘나 건강하잖아. 다른 말을 못 찾겠다. 자랑하고 싶은 우리 랩라와 그 건강함!



그런데 어쩌지. 이제 '보조개'에 대해 써야 한다.

 


바지가 그렇게 딱 붙어야 했나, 그렇게 쩍벌해야 했나. 쩍벌하고 튕기기까지 했어야 했나, 태형이까지 섹시했어야 했나, 석진이 쇄골 보여줬어야 했나, 정국이 머리 쫄딱 젖었어야 했나, 눈빛까지 젖은 채로 노래했어야 했나, 박지민 웨이브를 그렇게까지 탔어야 했나, 노래 가사가 ‘볼 때마다 맘이 위험해져’였어야 했나, 꼭 우리 맘을 다 아는 듯이 ‘볼 때마다 점점 위험해져’였어야 했나, 구오즈(95z: 95년생 멤버; 지민, V) 이 가사 치면서 그런 표정 지으면 영혼을 팔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런 안 건강한 생각을 했다.



안 건강해지는 기분



건강한 랩라와 치명적인 보컬라인(진, 지민, V, 정국)뒤로 고, 이럴 거면 다같이 퇴폐적으로 뒤지자며 'pied piper'가 이어졌다.



나쁜 거라 더 좋은 거야 헤이헤이
속으론 알고 있잖아 헤이헤이
이젠 멈춰지지 않는 거야 You can’t stop
좀 더 솔직해져 봐
LOVE YOURSELF 承 'Her'(2017.09.18.)
5번 트랙 'pied piper'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전정국의 머리카락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날 거부하지마



발버둥 쳐봐도 더는 소용없을걸
날 거부하지 마
그냥 눈을 감고 귀 기울여봐
'pied piper'



김남준은 스탠딩 마이크를 잡고 계속 꿀렁거렸다.



피리소릴 따라와 이 노래를 따라와
조금 위험해도 나 참 달잖아
널 구하러 온 거야 널 망치러 온 거야
니가 날 부른 거야 봐 달잖아
'pied piper'



김태형이 나 망치러 온 기분이었다.



만약에 내가 널
망치고 있는 거라면
나를 용서해 줄래
넌 나 없인 못 사니까
다 아니까
'pied piper'



어쩔 수가 없다. '보조개'와 'pied piper'에 완전히 감겼다. 건강한 랩라 미안하다. 나쁜 거라 더 좋은 쪽으로 가야겠다.



이어진 죽음의 세트 리스트('땡-아이돌-팔도강산-진격의 방탄-ma city-best of me')에선 방탄과 함께 죽다 살아났다. 이 구간은 묘사불가. 이쯤 어딘가에서 내 영혼과 목소리를 잃은 것 같았다.



'작은 것들을 위한 시'-'매직샵'의 멜빵바지 제이홉 사랑스러워서 죽을 뻔했고, 박지민 야구모자 쓰고 잔망 떠는 거 정말 너무 소중해서 죽을 뻔했고, 매직샵 주인장 박지민 갖고 싶어 죽을 뻔했다.



휴.



이렇게 다녀왔다.



공연장이 얼마나 아늑했는지, 중간중간 조명이 꺼질 때 그 어둠이 얼마나 설렜는지, 그 공기가 얼마나 기분 좋았는지.. 잊지 말아야지 쥬르륵...




나는 어느 마술가게에서 뇌의 불가사의와 마음의 비밀을 밝혀 보려는 탐색을 시작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걸 발견하기 위해 마술가게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우리는 그저 우리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우리 마음속을 깊이 들여다보면 된다.
이 마술은 진짜다.
'닥터도티의 삶을 바꾸는 마술가게' 중




마술가게에 세 시간 동안 다녀왔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방탄에게서 얻고 싶은 게 세 시간의 힐링은 아니라서. 방탄이 줄 수 있는 게 고작 세 시간짜리 힐링도 아니고.


이제 매직샵이라는 환상의 공간을 현실로 만드는 일이 남았다. 시작은 방탄과 루스 할머니가 했고 그 끝은 내가 맺어야 하는 마술가게 이야기. 그 문을 잊지 않는 것, 문을 열 힘을 갖는 것, 그리고 결국 내 맘에 드는 매일을 사는 것, 이게 내가 만든 마술가게 이야기의 엔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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