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저속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남자의 혀놀림이 궁금했다. 그래서일까? 내가 홍콩으로 날아간 이유가?
알다시피 내 목소린 좀 꼴림 남자든 여자든 랩으로 홍콩을 보내는 유연한 내 혀놀림 Dark&Wild (2014.8.20.) 7번 트랙 'BTS Cypher PT.3 : Killer'
2019년 초 어느 날, 나는 BTS Studio에 응모했다. 당시 방탄소년단은 LOVE YOURSELF라는 이름의 월드 투어 중이었다.
BTS Studio는 그 월드 투어 중 홍콩 콘서트에 가는 사람이 응모할 수 있는 이벤트였는데, 갈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고 일단 응모했다.그리고 당첨돼 버렸다 허걱. 그제야 BTS Studio에 대해 찾아보니, 콘서트 공연장 옆에 스튜디오를 꾸며 놓고, 당첨된 사람만 그 안에 들어가서 홀로그램 방탄과 사진을 찍는 행사였다. 야호!
하지만티켓이 없었다.
슬퍼진 나는 홍콩콘에 가고 싶으나 티켓이 없다는 넋두리를 블로그에 썼다.그런데! 블로그 이웃인 홍콩에 사는 아미에게 댓글로 연락이 왔다. 친구가 잘못 예매해서 남은 표 한 장이 있는데 올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오! 마이! 갓! 그 홍콩 아미와의 대화에서 오 마이 갓을 몇 번이나 외쳤나. 방탄 티켓팅은 국내든 해외든 피 터지는 전쟁이다. 애초에 남는 표가 있다는 게 말이 안 된다.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나한테 일어나다니. 오 마이 갓! 나는 빛의 속도로 티켓값을 입금하고 룰루랄라 트위터를 검색했다.
BTS Studio에 들어가면 선택한 멤버의 홀로그램이 걸어 나와서 '안녕. 예쁘게 하고 왔네?'라고 말해준다는 트윗이 보였다.캭 미쳤어!
뒤로 붙어서 찍지 않으면 방탄 옆에서 거인처럼 나온다는 트윗도 봤다. 한껏 뒤로 물러나서 찍을 것을 다짐하면서 홍콩으로 날아갔다.
결전의 날
2019년 3월 21일. 나는 최대한 말끔하고 예쁘게 꾸민 후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도착해서 BTS Studio 근처로 가는데 벌써 떨려서 죽을 것 같았다.
이렇게 생긴 스튜디오에 혼자 들어가서 사진 찍을 멤버를 선택하니, 홀로그램 남준이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그리곤 특유의 설레발 연기톤으로 말했다.
'오 안녕하세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사진 한 장 찍을까요?' 찰칵. '한 장 더 찍을래요?' 찰칵. 마지막에 뭐랬더라 '잘 가요'였나, '다음에 또 봐요'였나.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라니. 사진 한 장 찍자니. 다정한 사이버 남준이의 몇 마디에 심장이 너무 나대서 혼자 소리 지르고 생쇼를 펼쳤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
한껏 뒤로 가서 찍어서 그런 건지, 몸이 큰 남준이와 설레는 덩치 차이로 나왔다. 큭. 너무 맘에 들었다. 사이버 남준이지만 되게 진짜 같았다. 워씨 이런 새가슴으로 콘서트를 봐야 한다. 캭 너무 떨려.
이미 잠실 콘서트에 다녀온 뒤였기 때문에 홍콩 콘서트에서 무슨 노래를 하는지 어떤 멘트를 치는지 다 알았다.하지만 달랐다. 홍콩 아미가 구해준 자리가 스테이지에 가까운 자리였기 때문에 생명수와도 같은 방탄의 침, 땀, 눈물을 다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김석진 미친 미모는 전광판을 뚫고 나왔고, 김태형의 잘생김은 우주가 생긴 그날부터 계속, 무한의 세기를 넘어 계속되어 온 잘생긴 동물을 향한 원초적인 끌림에 대해 다시 한번 고찰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민윤기는 그 자신이 선언한 대로 랩으로 날 홍콩에 보내줬다. 나 홍콩에 있는데 홍콩을 또 가네.라는 교훈과, 김태형 얼굴이 곧 나라다.라는 결론을 마음속에 고이 접어들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또다시,
인생이란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거 하나 알아가자고 지지고 볶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홀로그램 방탄 한 명 만나겠다고 홍콩까지 다녀온 내 지지고 볶음이 쓸데없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렇게 적을 수 있어서 오히려 소중하다. 별거 없는데, 별거 있는 덕후 인생. 어떡하지... 난 아직도 방탄이 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