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노숙자들인가요?

다시 보니 그들은 대단한 철학가들이었다.

by 모두미


인도에 와서 노숙자들을 많이 봤다. 뭄바이(Mumbai)나 델리(Delhi) 같은 큰 도시에서는 신호등 앞에 차들이 멈추면 기다렸다는 듯이 노숙자들과 가난한 아이들이 나타난다. 그들은 직업의식을 가지고 구걸을 하는 적극적인 노숙자들이다. 밤이 되면 길거리나 기차역 주변에 작은 천 쪼가리를 깔고 밤을 보낸다.

또 다른 그룹은 바로 집시들이다. 무리를 지어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쓰레기를 뒤져서 살아가는 집시들. 그들도 또 다른 부류의 노숙자들이라 할 수 있겠다.


인도에 지내면서 자주 기차 여행을 한다.

한국에서의 기차 여행을 생각하면 연인들의 설렘이 생각나기도 하고 따스한 밥을 해놓고 기다리시는 부모님이 생각나기도 한다. 또 깨끗한 기차역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들으면서 혼자 기차를 기다리는 것도 왠지 낭만적이다.

사진1 분주한 인도의 기차역 모습.JPG

분주한 인도의 기차역


그런데 인도는 조금 다르다.

다양한 전통 복을 갖춰 입은 인도 사람들 사이에 어슬렁거리며 지나다니는 주인 없는 개들.

빤(입으로 씹는담배)을 씹다가 뱉어 놓은 빨간색 자국들로 가득 차 있는 거리에 몇 년은 청소하지 않은 듯한 지저분한 의자들 까지.

인도의 기차역은 정말 달랐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지저분한 거리도, 기차역 앞 잔디밭에서 풀을 먹는 소도 아니었다.



사진2 기차역 안에서 잠을 자며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JPG 기차역 안에서 잠을 자며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


그날은 아이들과 함께 남편의 출장을 따라가는 날이었다. 밤늦게 기차를 타서 새벽 4시 쯤 도착하는 기차였다. 기차를 타기 위해 기차역으로 들어서는데 한 구석에 엄청난 사람들이 누워있지 않는가? ‘야~ 어쩜 이렇게 많은 노숙자들이 있을까?’ 난 갑자기 인도 사람들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남편이 말했다.

“여보, 이 사람들이 모두 노숙자들 같지? 그런데 사실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야.”

아니 뭐라고?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바닥에 얇은 천을 깔고 자고 있단 말인가?

사진3 인도에서는 괴짜라고 생각되는 모습이 평범한 모습이었다..JPG

인도에서는 괴짜라고 생각되는 모습이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랬다.

기차 안쪽뿐만 아니라 들어오는 입구 까지 인도 사람들에게 기차역이란 그저 편한 친구네 집 같아 보였다.

한국 기차역이었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신고 당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도는 달랐다.

한국보다도 더 지저분한 거리에서 그들은 스스럼없이 자리를 깔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 누구도 그들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다.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여겨졌다.


사진4 나는 이들을 지혜로운 철학가라고 부르고 싶다.JPG 나는 이들을 지혜로운 철학가라고 부르고 싶다

목적지에 도착한 새벽 우린 조금 더 지혜로운 인도 사람들을 봤다.

모기장까지 펴 놓고 잠을 자는 아주 지혜로운 여행자들.

낯선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자유로움을 느꼈다.


남들의 시선에 관여하지 않는 인도 사람들의 그 자유. 어쩌면 200년이 넘는 영국 식민지 속에서도 그들의 전통을 지켜 온 인도 사람들의 강한 철학 사상이 그들에게 자유를 부여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느긋하게 생각하라고 내게 곧잘 말하던 인도 친구들이 생각났다. 기차역 어디에나 자리만 펴면 쉴 곳이 된다고 생각하는 아주 괴짜 같은 인도 사람들이 모두 철학가 같았다.

때로는 그들처럼 묶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다 버리고 괴짜 철학가처럼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이 기사는 위드인 뉴스와 동시개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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