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을 만나는 행복
오랜만에 나들이이다. 소풍은 아니지만 남편의 업무를 핑계로 아이들과 나도 함께 가는 길이라 모두가 들떠 있다.
차에 탄 두 아들이 큰 도시에 가면 무엇을 할지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 한다. 차로 3시간 걸리는 시간 내내 떠들어도 힘들지 않을 기세다. 한동안 쉬지 않고 내리던 비도 그치고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뜨거움이 하늘에서 또 길 위에서 올라온다.
출발한지 30분 정도 되었을까? 도로 옆쪽에 있는 공장들에서 아주 거친 소리가 들린다. 툭툭툭툭~~!
자세히 들어보니 아무래도 반대차선의 자동차 소리인 것 같기도 하다. 큰 아들과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밖을 보는데 그 소리가 더 가까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들린다. 아무래도 이상하다.
차를 세워서 타이어를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
도대체 무슨 소리일까? 큰 아들과 다시 타이어를 살펴보는데 갑자기 펑하는 소리가 들렸다. 순식간이었다. 타이어가 완전히 터져 버린 것이다. 집에서 달린지 벌써 30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서비스 센터는 찾을 수도 없는 곳에서 타이어가 터지다니.
참 오랜만에 가는 시내 나들이라는 풍선이 순식간에 터지는 순간이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어쩜 그리도 높고 푸른지. 바깥에 서서 터져버린 바퀴를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는 우리 가족에게 해님이 사정없이 광선을 비춘다. 빨리 어디라도 들어가라고 부추기는 것처럼.
차를 세운 곳 바로 옆에 있는 구멍가게.
길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바로 입구에 있는 나무로 지어진 작은 가게.
가게라고 해 봤자 인도에서 흔히 마시는 짜이(인도 차)를 마실 수 있는, 과자 5개 정도 진열해 놓은 성의 없는 가게였다. 바로 옆에는 뭔가 수리할 만한 것들이 잔뜩 있는 것을 보니 자전거든 뭐든 고치기를 좋아하는 주인인 듯 했다.
자동차 바퀴가 터지는 것을 다 지켜보고 있던 그 조그맣고 볼품없는 구멍가게 주인아저씨가 우리가 올 줄 알았다는 듯이 벌써 휘고 갈라진 낮은 의자를 가져다준다.
커다란 코에 거칠은 피부를 가진 아저씨는 우리가족이 신기한 듯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벵골리 언어로 뭐라고 자꾸 물어본다. 화가 난 듯한 아주머니는 자꾸 물어 보는 아저씨를 나무라듯 뭐라고 이야기 한다. 그래도 자꾸 우리를 쳐다 보는 것이 아주머니 역시 우리가 어디서 온지 궁금했었나 보다.
일하러 나가다가 잠간 앉아서 차를 마시는 아저씨, 입이 빨게 지는 인도만의 담뱃잎을 사서 가는 일군들,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꼬마들. 그리고 땅에서 올라오는 후끈한 그 열기 까지.
그리 편하지 않는 순간이었다.
언제 차를 고치냐고 투정부리는 아이들을 달래다가 문득 이 정이 많고 오지랖 넓으신 가게 아저씨 아주머니 사진을 좀 찍어 봐야겠다 싶어 핸드폰을 들이댔다.
그렇게 웃으면서 말을 걸어오던 아저씨도 핸드폰을 보더니 차렷 자세에 얼굴표정 역시 절대 웃지 않겠다는 듯이 결심한 사람처럼 포즈를 취한다.
사진을 찍고 내 핸드폰에 나온 자신의 사진을 보더니 아주 만족스러운 듯 아주머니에게도 또 가게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도 자랑을 하는 듯하다.
되지도 않는 힌디어(인도 대표언어)를 써가면서 아저씨랑 아주머니랑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예전 러브 액츄얼리 라는 영화에서 언어가 다른 두 남녀가 같은 공간에 지내면서 이해하지 못하지만 서로 다른 언어를 써가며 사랑을 키워갔던가!
나 역시 촌스러운 가게에 앉아서 말도 통하지 않는 아저씨 아주머니와 온갖 손짓 발짓을 다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들의 사는 모습을 지켜봤다. 아주 진지하게 짜이를 만들다가도 돈을 제대로 내지 않는 일꾼들을 볼 때면 뺑덕어멈 저리가라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는 모습하며, 출근 길 문제가 생긴 자전거를 고치러 줄지어 오는 일꾼들, 그리고 그 자전거를 아주 능숙한 손놀림으로 고쳐주는 아저씨의 모습.
차를 고치기 위해 사람이 도착할 때 까지 난 그들의 모습 하나 하나를 내 마음의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내 마음속 작은 인연이라는 서랍 속에 살짝 넣어 두었다. ‘두 번 다시 만나기 힘들 정도의, 그러나 꽤 소중한 인연’ 이라는 폴더에.
바퀴가 고쳐지고 다시 길을 떠났다. 아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목적지를 향해 가는 자동차를 응원했지만 난 왠지 모를 섭섭함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이 이렇게도 행복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