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두미 Nov 05. 2017

골목에 자리 잡은 이발소

북적이는 사람들 사이에서 면도를 하는 기분은 어떨까?

북적이는 시장 골목 사이로 남편과 내가 걷고 있었다.

고약한 하수구 냄새와 지나다니는 개들, 그리고 길 주위로 펼쳐 놓은 장사꾼들의 물건들.

직진해서 걸어가면 기차역이 나올 거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편과 나는 쭉 그 시장 길을 걷고 있었다. 금세 잡아 올린 물고기들을 파는 사람들을 지나서 아직 덜 익은 주먹만 한 구야바를 손저울에 달아서 사람들에게 팔고 있는 장사꾼들을 지났다.

최대한 이익을 가지려는 인도 상인들의 모습과 가격을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곳저곳에서 보였다.

그리고 지저분한 도로 위로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건물과 도로 사이에 천막을 처 놓고 간식거리나 싸구려 물건들을 파는 곳은 특히나 더 지저분해 보였고 더 복잡해 보였다.


그런데 그곳에 모든 시간을 멈춘 듯한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보도 한쪽에 작은 나무 난쟁이 의자 위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앉아 있는 사람들, 그리고 그 손님들의 머리를 잘라주고 손, 발톱을 잘라 주느라 바쁜 사람들.

복잡한 길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기 에는 너무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길 가는 사람들이 면도 고객의 등을 치고 갈 때도 있을 테고 마음 놓고 서비스를 받기에는 아주 시끄러운 곳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도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래, 한번 사는 것 좀 편하게 생각하고 살면 되지.
맘에 드시나요? 저의 솜씨가?


어디든 자리를 깔면 누울 수 있고 어디든 자리를 잡으면 이발소가 될 수 있는 인도 그리고 인도 사람들.

삶을 너무 어렵게 따지거나 격식 차리지 않고 단순하고 쉽게 살아가는 것이 그들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또 그런 독특한 모습 때문에 사람들이 인도를 더 찾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꼬히 바드나 히(문제없어요.)” “노 프라브럼(문제 없어요.)”을 매번 외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도 오늘은 복잡한 감정들과 문제들이 수없이 지나다니는 내 인생의 길에 난쟁이 의자 하나 놓고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내 시간을 가져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