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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모두미
Oct 24. 2016
장작 패는 사람들
그들의 삶에 더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길
요즘 들어 부쩍 아이들이 늦게 일어난다.
저녁때도 일찍 잠드는 편인데 자라는 시기여서 그런지 점점 일어나는 시간이 늦어진다. 그래서 아침이면 내 목소리가 더 커진다.
“성민아, 현민아. 일어나. 빨리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오늘도 늦으면 어떡하니?”
“아. 엄마. 너무 졸려요.” 아이들은 내 목소리를 듣는 둥 마는 둥 이불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
한 차례 전쟁이 치러져야만 아이들의 학교 갈 준비가 마쳐진다. 오늘은 둘 다 학교까지 데려다 달라고 졸라댄다.
‘그래. 사랑할 수 있을 때 더 많이 사랑해야지.’ 하면서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었다.
학교로 향하는 길. 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걸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은 항상 날 미소 짓게 한다. 옥신각신 다퉈 가며 걸어가는 두 꼬마 녀석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럽다.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서야 나는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초록 앵무새들이 떼 지어 이 나무 저 나무 날아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누렇고 하얀 길거리 개들이 아무 걱정 없이 길 한 바닥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오토바이로 아이를 학교까지 데려다주는 아빠와 뒤에 앉아 아빠의 허리를 꽉 잡고 있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참 좋다.”
정말 좋았다. 소리 지를 정도로 아주 좋았다는 표현보다는 마음 깊숙이 따뜻함이 몰려왔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 모르겠다. 주변 하나하나가 그렇게 아침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런 따뜻한 나만의 아침 장면을 깨는 소리가 있었다.
딱! 딱! 딱!
학교 기숙사 가까이에서 나는 소리였다. 언제 갖다 놓았던지 기숙사 식당 앞에는 수많은 나무들이 놓여있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이곳에 이사 왔을 때도 쌀쌀한 날씨에 하루 종일 나무 장작을 패는 아저씨들이 있었다. 겨울이 가까웠다는 뜻이다.
그 많은 나무 장작들을 어떻게 도끼 하나로 감당하려고 하는지 쌓여 있는 나무 장작 끝에서 일을 하고 있는 아저씨들이 한없이 작아 보였다.
한국 같으면 전기톱으로 빨리 끝냈을 텐데 이곳 사람들은 참 여유롭기도 하다.
하나하나 장작을 패는 그들의 얼굴이 굳게 굳어있었다. 하긴 몇 날 며칠을 저 장작들만 바라보고 있었을 텐데 생기 있는 얼굴 표정을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무리였을지 모른다.
굳게 굳어져 있는 그들의 표정 속에서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그리고 아빠가 생각났다. 벌써 10년이 넘게 건축 현장에서 일하시는 아빠의 얼굴이.
하루 종일 뜨거운 햇볕에서 일하는 아빠의 얼굴은 항상 검게 그을려있었고 굳어져 있었다.
어두컴컴한 새벽. 장비들을 싣고 일하러 가던 아빠. 힘들지 않으시냐고 물어보면 꼭 아빠는 웃으면서 내게 이렇게 말하셨다.
“야.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냐. 사람 사는 게 다 그런 거지. 아빠가 일해야 가족들이 먹고살지.”
아빠의 웃음에는 많은 의미들이 섞여 있었다. 공사장에서 건물들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도로가 완성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는 가족들의 웃는 얼굴을 떠올렸을지 모른다. 시멘트 먼지들 사이에서 어렸을 적 아들딸의 얼굴을 그려봤을지도 모른다.
고층 건물을 올릴 때 아찔한 바닥을 내려다보면서 사랑스러운 아내의 얼굴을 기억했을지도 모른다.
다시 장작 패는 소리가 들린다. 아저씨들은 여전히 한 나무를 패기 위해 수십 번 도끼를 찍어댄다. 한 번씩 한 번씩 도끼를 찍을 때마다 집에 있는 자식을 기억하고 들로 소와 염소를 몰고 다니는 아내를 기억하는지도 모르겠다.
아저씨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왠지 싫지만은 않다. 가족을 생각하며 힘든 삶의 무게를 감당하고 있는 그들의 얼굴이 왠지 비장해 보이기까지 하다.
올 겨울은 그들에게 그 가족들에게 더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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