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지로 달려도 좋아

진정한 사랑은 그 사람의 실수 까지도 사랑하게 되는 것.

by 모두미

늦게 까지 결혼하지 않은 언니가 내게 말했다.

“나는 내 결점들을 보여 주기 싫어서 결혼하기 싫어. 내 진짜 모습을 보고 실망할 거 아냐. 사람들은 어떻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지 몰라.”

그때 나는 언니에게 뭐라고 답해야 할지 몰라 그저 웃기만 했다.


둘째 아이 현민이는 무슨 일에든 적극적이다. 글씨 잘쓰기 대회를 빼고는 무슨 경시대회든지 참여한다. 현민이가 잘해서 참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이는 참여한다는 것의 기쁨을 알았다.

오늘은 아이들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그리고 3학년이 된 현민이는 달리기 경기에 참여했다.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서 있는 출발 지점에 현민이가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선생님이 팔을 높이 올려 가지고 있던 나무 두 개를 쌔게 부딪치며 출발 신호를 알리자 아이들은 달리기 시작했다. 현민이도 달리기 시작했다.

시작부터 현민이는 뒤쪽으로 쳐지기 시작했고 맨 뒤 쪽에서 달리고 있었다.

뒤에서 일등이었고 한마디로 꼴찌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고 있었다.

아이의 비디오를 찍고 있던 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했다.

“아~ 우리아들 멋지다.”


엄마인 나에게 둘째 아이의 달리는 모습은 그 모습 자체로 사랑스러웠다.

일등을 하느냐 꼴찌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사랑스러움이 아니었다.

아이의 실수마저도 사랑스럽고 오히려 속상해 할까봐 애처로웠다.

현민이는 달리기를 다 하고 돌아와서 내게 말했다.

“엄마. 나 달리는 거 다 봤어요? 이번에는 제일 마지막으로 달렸어요.”

난 아이에게 말했다.

“현민아. 너 달리는 거 엄마가 다 보고 비디오도 찍었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리는 모습이 너무 멋지더라. 엄마는 현민이 그 모습이 너무 좋아. 다른 아이들은 안 될 것 같으면 중간에 걸어가기도 하고 그러더라고. 그런데 현민이는 끝까지 달렸잖아. 너무 멋있었어.”


나는 현민이를 꼭 안아줬다. 현민이는 머쓱한 표정을 하며 내게 안겼지만 금세 친구들에게 달려가 놀았다.


사랑은 그런 것이 아닐까?

그 사람의 모습 그대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 실수조차도 함께 아파해 줄 수 있고 그 사람의 숨기고 싶은 속마음 까지도 함께 안아 줄 수 있는 그런 것.


100미터 달리기 경기에서 맨 뒤에 달려가는 현민이의 모습이 자꾸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자꾸 미소 짓는다.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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