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딸의 아이스크림 데이트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한 부녀의 모습이 흑색의 작업실을 환하게 비쳤다.

by 모두미

한국에 나가면 가장 많이 하는 업무가 고장 난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히 한국에서 조립한 프린터가 고장 나서 무거운 프린터를 다시 들고 한국에 들어왔다. 아이들과 우리 짐만 해도 많은데 큰 프린터 박스라니.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남편은 내게 구박 아닌 구박을 받았다.

그렇게 한국에 들어와서 프린터를 조립한 곳에 수리를 받으러 갔다.

내비게이션을 따라 도착한 곳은 서울의 어느 한적한 동네였다. 받은 주소대로 따라왔건만 딱히 프린터를 팔만한 곳이 보이지 않았다.

“여보. 여기 맞아요? 여긴 주택만 보이는데.”

“그러게. 주소대로라면 여기가 맞는데.” 남편은 머리를 긁적이며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아. 저기다!”

남편이 가리키는 곳은 주택 일층 창문이었다. 창문 안에는 아주 작게 프린터 가게명이 붙여져 있었다.

“와. 이런 곳에서도 장사를 하네.” 나는 새삼 신기해하며 남편을 따라갔다.

빨간 벽돌로 지어져 있는 빌라는 꽤나 오래된 것 같아 보였다. 일반 계단보다 더 좁아 보이는 계단의 끝 부분은 넘어지지 말라고 칙칙한 금색 라인으로 마무리되어 있었다.

남편은 꼭 와본 것처럼 지하로 내려갔다.

“여보. 어떻게 지하라고 생각해요?”

“어. 여기 봐. 프린터 박스가 다 지하 쪽에 쌓여 있잖아.”

그러고 보니 그랬다. 다양한 제품의 프린터 박스들과 프린터들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에 쌓여 있었다. 프린터를 팔 것 같지 않은 그 오래된 빌라에 프린터 조립 회사가 있었다.


지하에 위치한 프린터 회사에는 직원처럼 보이는 사장님 한 분만 계셨다.

어두컴컴하고 습기 냄새 가득한 지하에서 열심히 주문을 받으며 프린터를 만들고 있는 사장님이 멋져 보이면서도 안쓰러워 보였다.

사장님은 나에게 작은 의자를 주며 앉으라고 했다.

남편이 한참 프린터에 대해 설명할 때 나는 의자에 앉아 주위를 찬찬히 둘러보았다. 안쪽에 있는 박스들은 오랫동안 팔리지 않았던지 소복이 먼지가 쌓여 있었다. 그리고 어떤 프린터들은 고장이 난 것인지 사장님이 조립을 하는 것인지 여러 부품들과 함께 열려 있는 것들도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 사장님의 책상이 들어왔다. 컴퓨터로 주문을 받고 배송을 하는지 책상 위 컴퓨터 주위에는 주소 적힌 종이들이 많았다. 수많은 주소들 위로 작은 종이가 꽂혀 있었다. 하얀 종이 위에 쓰여져 있는 글은 딸의 편지 같았다.

딸은 아빠의 일하는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다며 아빠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서 편지를 써놓았다. 그리고 딸은 편지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아빠와 아이스크림을 먹고 가는 둘째 딸이’


아이스크림처럼 사랑스러운 딸의 글씨체 속에서 아빠와 딸의 모습을 보았다.

어둡고 습한 지하, 메모와 주소 적힌 종이들이 가득 있는 테이블, 잘 정열 되지 않은 수많은 프린터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두고 앉은 아빠와 딸.

딸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마냥 흐뭇해하는 아빠는 아이스크림보다도 딸아이의 웃음이 더 달게 느껴졌는지 모른다. 급하게 주문한 것을 준비하는 아빠의 뒷모습을 보면서 딸은 가장 깨끗한 종이 하나를 들고 편지를 썼을 것이다. 아빠에 대한 감사함과 사랑을 잔뜩 넣어서 말이다.

어느새 프린터 점검이 마쳐졌다. 의외로 프린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아마 인도에서 지역에서의 문제였는지도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남편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프린터를 들고 다시 차로 향했다. 지하실을 나오면서 나는 다시 프린터로 가득 차 있는 지하 작업실을 쳐다봤다.


처음에는 그렇게 삭막해 보이기만 하던 작업실이 그렇게도 따뜻해 보일 수가 없었다.

먼지 가득한 프린터와 박스들로 디자인된 카페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아빠와 둘째 딸의 모습이 보였다. 아빠는 딸을 쳐다보고 있고 딸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빠에게 수다를 떨고 있다.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한 부녀의 모습이 흑색의 작업실을 환하게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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