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참 예뻐 보였다

저 창문에서 요리하는 여인은 누구지?

by 모두미

하루를 마쳤다. 이제는 저녁을 준비할 시간이었다.

나는 옷도 안 갈아입고 지워지지 않는 때들이 잔뜩 묻어있는 오래된 앞치마를 입었다.

오늘 저녁은 수제비!

물을 끓이고 감자와 버섯을 먼저 넣었다. 그리고 양파를 까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한국에 간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안동 우리 집으로 내려가는 길이라고 했다. 나는 기뻐할 아빠 생각에 마음이 흐뭇했다. 남편과 이야기를 하며 양파를 썰고 있을 때였다.

물이 보글보글 끓는 옆에서 ‘탁탁탁’ 양파 자르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떨어져 있는 곳에서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들렸다. 간간히 우리 집 개 심바가 짖는 소리도 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양파를 자르다 말고 습관적으로 어두운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밖이 이미 어두워졌기 때문에 창문에 보이는 것은 요리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앗! 저 창문에서 요리하는 여인은 누구지?’

나는 순간 창문에 비친 나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는 남편을 통화하다 말고 아들을 불렀다.

“성민아. 성민아. 잠깐만 일로 와봐. 엄마 사진 좀 찍어줘.”

“엄마. 어떤 사진요?”

“응. 그러니까 엄마가 지금 요리하고 있지? 요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찍어줘.”

“네? 엄마를요?” 아들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웃어댔다.

“아니. 빨리 찍어봐. 엄마 오늘 느낌 너무 좋단 말이야. 빨리.”

몇 번을 보채서야 성민이는 내 사진을 찍어줬다. 놀다가 왔던 성민이는 사진을 찍자마자 거실로 가버렸다. 나는 요리 중이었기 때문에 내 사진이 어떻게 찍혔는지 보지도 못하고 다시 수제비 끓이는데 집중했다.


언제부턴가 내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내 나이 대 친구들 말처럼 뷰티 앱 없이는 절대 사진을 찍지 못한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그래서인지 나 역시 셀카를 찍었다가도 마음에 들지 않아 지우기 일상이었다. 그룹 사진을 찍으면 최대한 뒤로 가서 사진에 얼굴이 작게 나오기를 바랐다.

나는 결혼 13년 차 아내였고 두 아들을 키우는 엄마였다. 게다가 태양이 뜨겁기로 유명한 인도에서 9년이나 살고 있으니 말을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그 무더위에 두세 시간마다 선크림을 바르고 있기는 힘들었으며(선크림을 바르고 땀이 흐르면 눈이 매우 따가웠다.) 밖을 다닐 때마다 모자나 양산을 쓸 정도로 똑 부러지는 여인은 아니었다. 항상 밖으로 나가면 ‘아차~ 양산’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키 작고 얼굴은 좀 크면서(인도 여인들에 비교하면 많이 크다.) 아주 까만 인도 판 한국 여인이 되어 있었다. 얼굴에 올라오는 기미와 이 나이 들어서도 가끔 나오는 뾰록지 들은 나의 피부를 더 울긋불긋하게 만들었다. 나의 미는 이렇게 지나가는 것인가 라고 느끼고 있을 때쯤 나는 요리하는 나의 아름다움을 본 것이었다.


그날 나는 하얀 블라우스를 입고 오피스에 일을 하러 갔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하얀 블라우스 위에 꽃무늬 오래된 앞치마를 입었다. 또 나의 긴 머리가 사뿐히 하얀색 블라우스 뒤로 놓여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날 나는 요리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적어도 내 눈에는) 보았다.

나는 오랜만에 보는 나의 만족스러운 모습에 행복했다. 화장도 하지 않은 30대 후반인 여인의 얼굴이 예뻐 봐야 얼마나 예쁘겠는가. 그런데 나는 예뻤다. 그 날 만큼은 내가 참 사랑스러웠다.

나의 행복해하는 미소가 예뻤고 아주 잠깐이지만 나 스스로를 아름답게 봐주는 내 눈과 마음이 예뻤다.


이제 해가 지나갈수록 나의 얼굴은 더 검어질 수도 있고 기미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셀카를 찍어 봐도 마음에 들지 않을 만큼 내 얼굴에 모공이 커지고 주름이 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때마다 지금처럼 어두운 밤 창문에 비치는 나의 모습을 예쁘게 바라볼 것이다.

창문에 비치는 나. 내 안에 있는 보며 말할 것이다.


‘넌 참 사랑스러운 여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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