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와 그녀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해외에서 살게 되었다. 나는 인도에 그리고 그녀는 다른 어느 나라에서 살고 있었다. 해외 생활을 시작하면서 우연찮게 연락을 하게 된 우리는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문화 충격과 외로움 등을 공통분모로 가졌기에 금방 친한 친구가 되었다.
사실 작년에 내가 한국에 나갔을 때 그녀와 아이들을 위해 소포를 보낸 적이 있었다. 아이들이 좋아할 마이쭈부터 한국 과자들과 학용품 그리고 그녀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들까지 작지만 알차게 넣어서 소포를 보냈었다.
외국에서 소포를 받는 그 기쁨을 알기에 소포에 주소를 쓰는 내내 내 얼굴에는 미소가 넘쳤다. 이래서 선물은 준비하는 자가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걸까.
그런데 이번에 그녀가 나와 아이들을 위한 소포를 보낸 것이었다. 매일같이 인도 우체국 사이트에 들어가 소포가 날아오는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내 일과가 되었을 때쯤 소포가 도착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아이들은 이미 박스를 열어서 이모가 보내준 선물들을 보며 신이나 있었다. 일단 아이들이 받은 마이쭈를 두세 개 먹고 그녀가 나에게 보내 준 선물을 보았다.
내가 부탁한 두 권의 책이 그 안에 있었다. 해외에 있으면 책을 사 읽을 수가 없다. 그래서 대부분 이북으로 구매해서 읽는데 사실 종이 재질을 넘기며 읽는 느낌이 그리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일까. 그녀가 보내준 책 냄새가 너무나 좋았다.
같이 보내 준 일기장과 펜을 살펴보는데 아주 작은 메모지 같은 것이 보였다.
성민이는 당연히 그것이 접착 메모지라고 생각하며 내게 말했다.
“엄마. 이건 내걸 거예요.”
“그래? 엄마 꺼 아닐까? 뭔지 궁금하다. 한 번 열어 봐.”
우리 둘은 어떤 메모지일까 궁금해하며 봉투를 열었다. 그런데 봉투 안에는 그녀가 쓴 편지가 있었다. 나는 성민이에게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그 편지를 가지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편지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해옥아. 안녕. 인도에서 맞이하는 오늘은 또 어떤 하루일까 궁금하다.’
작고 귀여운 글씨체가 낯설었던 것을 보면 우리는 편지를 나누는 사이가 아니었다. 자주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글로 쓰여진 그녀의 편지는 오랫동안 연락하던 그때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었다. 작은 편지 속에는 나에 대한 안부도 있었고 그녀가 잠시 방문한 한국에서 느끼는 행복도 담겨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이야기들이 채워져 있었다. 나는 그녀의 편지를 읽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그녀의 작은 편지는 너무 심하게 내 마음을 울리고 있었다.
나는 내가 보낸 소포를 생각했다. 뭐가 그리 급했던지 엽서 한 장 쓰지도 않고 보냈던 내 소포가 참 미안하게 느껴졌다.
그녀가 보낸 것들을 다 책상으로 옮기는데 작은 책갈피 같은 것이 하나 떨어졌다. 그림이 독특했다. 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 책갈피를 책에 끼워 놨었는다.
그런데 다음 날 그녀가 말했다.
“예전에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 산거야. 그림 문자래. 거기 나오는 그림이 네 이름이야.”
나는 부랴부랴 책갈피를 다시 살펴보았다. 네모 모양에 하얀 새가 있었고 맨 밑에는 그릇 같은 것이 보였다. 그러고 보니 정말 옆에는 그림 알파벳이 그려져 있었고 중간에 있는 그림이 내 이름이었다.
카톡으로 그녀에게 고맙다고 문자를 보냈다. 그녀의 편지가 고마웠고 내 이름이 새겨진 책갈피가 고마웠다. 성민이는 내 이야기를 듣더니 이야기했다.
“엄마. 그럼. 이모가 벌써 전에 이 책갈피를 엄마를 위해서 준비해 놨던 거예요?”
“그러니까.”
나는 이집트 시장 어디에선가 내 이름을 기념품을 파는 가게 주인에게 말하며 그림 책갈피가 완성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그 책갈피를 책상 서랍 깊숙한데 고이 간직하는 그녀의 모습을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기억해 준다는 사실이 이렇게 행복한 일이었던가.
나는 그날 그녀가 보내 준 행복을 먹고 해외에서의 외로움과 그리움을 이겨냈다.
이 글을 다 쓰고 나면 편지지를 꺼내서 그녀에게 편지를 쓰려한다. 그리코 편지의 첫 시작은 이렇게 쓸 것이다.
“당신의 마음을 소포로 받았던 그날은 인도에서의 어떤 날 보다도 특별히 행복했던 날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