톰이 제리에게 밥을 퍼주던 날

나는 그날 제리를 무척 사랑하는 츤데레 톰을 봤다.

by 모두미

11월 14일 인도의 어린이 날이었다. 아이들은 선생님들이 준비한 학교 어린이날 행사에 갔다 온 후 옷도 갈아입지 않고 점심을 먹었다. 벌써 오후 1시 30분이었다.

“엄마. 어린이 날이니까 저희 만화 보게 해 주세요.”

“알았어. 너무 많이는 말고.”

집에는 텔레비전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컴퓨터로 유튜브를 틀었다.

아이들은 좋아하는 만화를 보면서 차려준 밥을 먹었다. 이렇게 조용할 수가 없다. 아이들은 만화를 봐서 좋았을 텐데 나는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재미가 없었다.

점심을 빨리 먹고 식탁 앞에 앉아 아까 하지 못했던 컴퓨터 업무들을 보고 있었다. 급한 일이어서 최대한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 밥 좀 더 주세요.” 현민이가 말했다. 둘째 현민이는 다른 어떤 음식보다도 밥을 좋아하는 밥돌이었다.

“응. 엄마 바쁘니까 저기 밥통 엄마가 갖다 놨지? 네가 퍼서 먹어.”

현민이 옆에 성민이 그리고 성민이 옆에 밥솥이 있었다. 현민이는 형 성민이에게 말했다.

“형아. 나 밥 좀 더 줘.”

나는 현민이의 소리에 긴장하고 성민이의 반응을 살폈다.


성민이와 현민이는 우리 집의 톰과 제리이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고 만날 때마다 거의 싸우는 우리 집의 앙숙이었기 때문에 나는 분명 성민이가 현민이에게 핀잔을 줄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때 성민이가 말했다.

“응. 그릇 줘.” 나는 바쁜 일을 하다 말고 성민이를 쳐다봤다.

아이이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주걱으로 밥을 퍼서 동생 그릇에 담아주고 있었다.

성민이의 모습이 낯설기까지 했다. 조금 있다가 현민이는 또 밥을 퍼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내가 준비한 점심이 꽤나 맛있었나 보다.

“형. 나 밥 좀 더 줘.”

“응. 그릇 줘.” 성민이는 두 번 때에도 아무 이야기하지 않고 현민이에게 밥을 퍼줬다.

받은 밥을 다 먹은 현민이는 또다시 형에게 밥을 더 달라고 했다.


‘분명히 이번에는 성민이가 화를 내겠지?’


‘네가 직접 퍼’라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성민이는 이번에도 아무 이야기하지 않고 밥을 퍼줬다.

컴퓨터 작업을 하다 말고 성민이를 바라봤다. 매일 동생에게 화를 내고 불만을 표시하던 성민이의 모습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성민이는 세상에서 동생이 제일 싫다고 하면서도 어디를 가던 지 동생 사진을 제일 많이 찍었다. 자기가 먹지 않는 아이스크림을 오래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동생이 달라고 하면 주곤 했다. 동생과 놀기 싫다고 하면서도 동생이 다른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면 괜히 심술을 부리곤 했다.

지금껏 엄마인 나는 성민이의 겉모습만 보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그 따뜻한 마음은 몰라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내 눈에 성민이의 모습은 부쩍 자란 형의 모습처럼 보였다.


이불을 펴고 아이들과 잠자리에 누웠다. 현민이는 피곤했는지 벌써 잠이 들었다.

나와 성민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문득 점심때 동생의 밥을 푸는 성민이의 모습이 기억났다. 나는 성민이 옆에 누워서 아이의 얼굴이 뚫어져라 쳐다봤다.

“엄마. 왜 그렇게 나를 봐요?”

“왜? 엄마가 너를 보는 게 이상해?”

“자꾸 웃으면서 나를 계속 보고 있잖아요.”

성민이 말이 맞았다. 나는 사랑을 듬뿍 담은 눈으로 성민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내 시선이 자기에게 계속 고정되어 있자 성민이는 수줍은 얼굴을 하며 눈을 피했다. 수줍은 아이의 얼굴에도 싫지 않은 미소가 번져 있었다.

나는 성민이를 보며 말했다.

“성민아. 오늘 엄마는 네가 너무 좋아.”

“왜요?”

“아까 점심때 성민이가 동생한테 밥을 세 번이나 퍼줬잖아. 그것도 화도 안 내고 말이야. 엄마는 그런 성민이 모습이 너~~~ 무 사랑스러웠어. 너무 고맙고. 아니 이 이야기를 하는데 왜 눈물이 나려 그러지? 엄마. 진짜 웃긴다. 그렇지?”

성민이는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나는 아이의 마음에 있던 그 순수함을 봐주지 못한 것이 미안했다. 그리고 마음속에 여전히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간직해 준 아이가 참 고마웠다. 나는 13살, 이제 막 사춘기에 들어선 아들을 꼭 아주 꼭 안았다. 그러자 성민이가 꿈틀거린다.

“아. 엄마. 답답해요.”

“왜~ 엄마는 성민이가 너무 좋은걸.”

그날 저녁 나는 성민이를 꽉 안아 주겠다고, 성민이는 그런 내게서 도망가겠다고 한참을 장난치다가 잠이 들었다.


나는 그날 제리를 무척 사랑하는 츤데레 톰을 봤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능날에 만난 달콤한 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