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공장

추억 속으로의 여행.'바람아 멈추어 다오'

by 모두미

아빠의 공장은 시내 한 복판에 있었다. 공장이라고 해 봤자 건물 2층의 나무로 만든 작은 공간이었다.

아빠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곳에서 양복을 만드셨다. 15살 돈 벌겠다고 혼자 서울로 올라갔던 아빠를 받아 준 곳은 양복점이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빠는 양복을 만들기 시작하셨다.

아빠의 공장 안에는 여섯 일곱 명의 아저씨들이 함께 일하고 있었다.


덩치가 큰 아저씨부터 아빠처럼 작고 마른 체형의 아저씨들까지. 다양한 아저씨들이 아빠와 함께 일하고 있었다. 아빠의 공장으로 올라가려면 가파른 나무 계단을 지나야 했다. 매일 마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다 보니 매끈매끈해 진 나무계단은 초등학교 다니던 우리에겐 두려움의 장소였다. 실수로 잘못 발을 헛딛을 때면 예외 없이 ‘쾅 쾅 쾅 쾅’ 하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내려와야 했던 매끈한 나무계단.

누군가 말했다. 떨어지는 꿈을 꾸면 잠결에 놀라면서 키가 자란다고.

난 어렸을 적 자주 아빠 공장을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엉덩방아를 찧으며 떨어지는 꿈을 꾸다가 잠을 깼다.


계단을 올라 가 보면 먼저 특유의 새 옷감 냄새와 다리미 냄새가 났다. 옷을 다 만들면 꼭 양복 바지를 멋지게 다리시던 아빠와 아저씨들. 난 그 냄새가 좋았다.

그리고 재봉틀 소리. 아빠는 재봉틀 앞에만 앉으시면 세상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전문가가 되셨다. 쉴 새 없이 재봉틀 페달을 아래위로 움직이던 아빠의 발, 그리고 바늘이 달린 재봉틀에 순식간에 실을 끼우고 바늘 밑에 옷을 대던 아빠의 손. 어쩜 그리도 빠르게 실을 끼우시던지 아마 재봉틀 올림픽이 있었다면 아빠는 분명 금메달감이었을 것이다.

양복 공장 옆에는 창문이 있었다. 창문을 열고 시내 작은 상점들과 빼곡히 모여 있는 여러 색깔들의 지붕들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즐거움이었다.

특히 구름이 많이 끼고 바람이 불던 날이면 어렸을 적 들었던 ‘바람아 멈추어다오’를 불렀다.


세월가면 잊혀 질까 그렇지만 다시 생각날 걸

붙잡아도 소용없어 그대는 왜 멀어져가나

바람아 멈추어다오

난 몰라 아 아 바람아 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초등학교 때 인생의 의미도 제대로 모르던 시절,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던 그 때.

난 그저 바람이 물어서 그 노래를 불렀다.

왜 멈추어 달라고 이야기 하는지도 모른 채.

그 날 나의 노래를 듣던 지나가던 한 아저씨는 2층 창문 밖을 바라보며 노래 부르는 초등학교 여자 아이를 보며 박수를 쳐 주셨다. 아마 노래를 잘 불러서가 아니라 침침한 하늘과 바람이 부는 멜랑꼴리한 날씨에 나의 노래 가사로 위로를 얻었는지도 모른다.


기성복이 늘어나면서 사람들은 하나 둘 씩 양복점을 찾는 횟수가 줄어갔고 얼마 후 아빠와 아저씨들도 그 양복 공장을 떠나게 되었다.

기계의 힘에 사람들의 손재주가 밀려 나던 그 때.

아빠의 공장은 우리에게 추억이 되고 있었다.


지금도 시장을 가다 보면 아빠가 일하던 양복 공장이 보인다. 이제는 그곳을 지나가도 재봉틀 소리도, 후끈 거리는 다리미의 열기도, 그리고 새 양복을 다리는 다리미 냄새도 나지 않지만 그 때의 기억들이 내 머릿속에 향기로 피어오른다.

난 다시 어린 소녀가 되어 그때의 바람을 느낀다.

어두운것 같은 회색 빛의 하늘도. 그리고 다시 아빠의 공장 창문을 열고 노래한다.

이제는 진심을 담아서 그리워 하면서, 위로를 바라면서, 그리고 바쁜 삶을 돌아 보면서.


바람아 아 멈추어다오. 바람아. 멈추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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