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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Oct 27. 2022

꺄르르르 웃던 그때

매일 오후 2시면 인도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우러 온다.

월요일과 수요일은 꼬마들이 배우러 오고 화요일과 목요일은 중고등학생이 배우러 온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학교가 문을 닫았고 그래서 40명에 가깝던 아이들은 고작 15명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도 꾸준히 오는 아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피아노 치는 아이 중에는 테이테이라는 여학생이 있다. 마니뿌르 지역 아이인데 얼굴이 우리나라 사람처럼 생겼다. 인도는 다민족이 함께 사는 나라기 때문에 얼굴 생김새나 피부색이 다 다르다. 마니뿌르가 속해 있는 북동인도 지역에는 몽골족들이 산다. 그래서 인도 사람이지만 한국 사람처럼 생겼다.

오늘도 학교가 끝나자마자 테이테이와 남동생 멀링 그리고 수프리오가 교복을 입은 채로 피아노를 배우러 왔다.

테이테이는 이제 바이엘 하권을 치고 있는데 나름 쉬운 피아노 곡들도 여러 개 칠 수 있는 수준이다.

오늘도 새로운 악보를 치는데 실수를 했는지 꺄르르르 웃더니 다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

"아~ 하하하하하 진짜 또 실수했어요."

"이거 다 연습한 건데 하하하하하 다 까먹었어요."

테이테이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웃음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좀 푼수 같아 보이기도 하지만 테이테이의 웃음소리는 아주 밝아서 주변 사람들까지 웃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혼자서 틀렸다고 깔깔 거려가면서 피아노를 치는 테이테이의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나는 테이테이를 보면서 내 학창 시절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나는 학교에서는 아주 모범생이었고 남학생들 앞에서는 얌전한 학생이었다. (여기서 모범생이란 말은 공부를 잘했다기보다 선생님 말씀을 잘 들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여기숙사에만 들어가면 180도 달라졌다. 친구들에게 웃음을 주는 것을 좋아해서 친구들 앞에서 빗자루를 기타 삼아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재미있는 옷을 입어가며 친구들에게 재미를 주기도 했다.

기숙사에 살면서 나는 친구들과 함께 웃었다. 친구들의 이상한 표정 하나에 떼구루루 구르면서 웃은 적도 있고 누군가를 흉내 내다가 웃음 보가 터져서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웃은 적도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웃음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바로 나이가 들면서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참 많은 것은 아니지만 어른이 되면서 꺄르르 웃는 웃음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

단순하게 웃으며 지나갈 수 있는 일 보다 심각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일들이 많으니까.

소리 내서 크게 웃으려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남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고민될 때가 많아서.

이유는 많았다. 그리고 신경 쓸 것도 많았다.

어쩌면 나는 좀 더 지적인 어른이 되고자 웃음 대신 미소로 대체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은 남들이 뭐라 하던 꺄르르르 웃는 내가 되고 싶다. 그렇게 웃다 보면 어느새 나는 웃음이 배어있는 사람이 되겠지. 혹시 누가 아나. 웃음 때문에 늙지 않는 마법에 걸릴지. 그런 마법이 걸리지 않아도 좋다. 단순히 기뻐하며 순간순간을 받아들이는 내가 되리라.

웃음을 잃지 않는 어른이 되리라.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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