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솔길

길을 잃었다. 그리고 오솔길을 찾았다.

by 모두미

학생들과 함께 등산을 한 적이 있다.

인도의 그 뜨거운 태양빛 아래서도 학생들은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노래를 부르며 소리를 질러가며 산을 탄다.

그러고 보니 인도의 대부분이 평지라는 사실을 내가 잊고 있었다. 평생 이런 높은 산은 처음이라며 흥분하던 인도 아이들부터 얼마 올라가지도 않고 힘이 든다고 주저앉아 버리는 아이들까지.

인도 학생들과 함께 가는 등산은 꽤나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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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이제는 계곡으로 내려가야 할 시간. 빨리 걸으면 한 시간 반 정도 걸린다는 그 계곡을 향해 선발대가 출발했다. 삼삼오오 줄 지어 내려가는 인도 학생들. 처음 보다는 많이들 지쳐 보였다. 아무렴 이 후덥지근한 날씨에 오전 내내 등반을 했으니 힘들만도 하지.

뒤처지는 아이들을 챙기다 보니 어느새 함께 가던 팀과 너무 멀어져 버렸다.

아차! 길을 잃었구나.

산 사이사이에 간혹 만나는 사람들에게 일행을 보았냐고 물어가며 산을 타기 시작했다.

아무리 걸어도 나오지 않는 길. 이제는 우리가 길을 만들어 가야했다. 긴 나무 작대기를 들고 길을 헤쳐 나간다. 조금만 더 빨리 출발 했었다면. 그래서 선발대를 따라서 안전한 길로 갔었다면.

후회해도 소용없었다. 이미 우리는 산에서 길을 잃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나무 작대기를 휘두르며 숲을 헤쳐서 길을 찾는 것뿐이었다. 긴 풀들이 우거진 길을 지나서 떨어질 것만 같은 가파른 길을 걷는다.

생명력이 강한 들풀의 씨앗들이 어디라도 가보겠다며 우리 옷에 붙어도 어쩔 수 없다. 우리는 걸어야 하고 길을 찾아야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작은 오솔길이 눈에 띈다. 아주 작은 오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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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길을 우리가 걸어간다. 이제는 나무 작대기를 휘두를 필요도 없다.

이미 누군가가 길을 걸으며 많은 풀들을 꺾어 놓았고 그 길을 우리가 걷는다.

자신 만만하게 올라가는 들풀들 사이에 겸손하게 몸을 바닥에 붙인 풀들이 이 길을 만들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그냥 지나칠 것만 같은 그 길을 더 자세히 쳐다보며 걸어간다.

누군가는 무거운 짐을 지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누군가는 아이를 등에 업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또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만나기 위해 꽃단장 하고 이 길을 걸어갔겠지.

작디작은 오솔길을 만나자 우리의 모든 걱정이 낭만으로 바뀐다.

누군가 걸어갔던 이 길이 여행자에게는 반가운 친구가 되고

누군가가 지르밟고 간 굽혀진 들풀들이 험한 길의 안내자가 되었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한 오솔길 이 길을 우리가 걷고 또 걷는다.

한참을 걸어서야 계곡을 향하는 큰 길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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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더 넓고 정확한 길을 만났는데도 왠지 내 마음은 이 작은 오솔길을 향한다.

내가 밟은 이 들풀들이 길 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마지막 발걸음을 뗀다.

나의 힘들었던 경험들이 다른 이들에게 보일 듯 말 듯 하지만 바른 길을 가르쳐 주는 오솔길처럼.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길 바라며 큰길로 향한다.

홀로 남은 오솔길 꿋꿋이 그 자리를 지킨다. 또 다시 그 길을 밟으며 용기를 얻을 사람들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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