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 없는 웃음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소리가 들릴 때

by 모두미

아이들 시험이 다가온다. 인도에는 시험도 얼마나 많은지 일차 이차 삼차 사차 일 년에 여덟 번 정도 치르나 보다. 어렸을 때 나도 그랬듯이 시험을 걱정하는 것은 엄마이고 아이들은 그저 행복하기만 하다.

“성민아. 현민이 데리고 빨리 오피스로 와. 엄마 일할 때 같이 공부하자.”

“네. 엄마.”

대답한지 삼십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이 오지 않는다.

‘이거 집에 가봐야 하는 거 아냐? 요놈들. 엄마 말을 왜 이렇게 안 들어?’ 갑자기 화가 난다.

대학까지 다 졸업한 내게 다시 시험의 압박감이 오다니. 게다가 아이들은 신경도 안 쓰고 있는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창밖을 보는데 아이들 소리가 들린다.

머리위에 책들을 잔뜩 올려놓고 걸어온다. 여기 인도 여인들이 짐이나 나무를 이고 갈 때 머리위에 올려놓고 가는 것처럼 둘이서 책을 이고 온다. 그리고 깔깔 거리며 웃는다. 뭐가 그렇게 재밌는 걸까?

20160121_135234.jpg 이런 아주머니들 모습을 따라했나보다

‘그래도 한국인의 자부심이 있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으면 안 되지.’ 난 냉정하게 공부시키리라 다짐한다.

드디어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여전히 성민이 현민이는 웃음을 참지 못한다. 엄마 몰래 동생을 자꾸 놀리는 형을 보며 현민이가 말한다.

“엄마. 근데요 자꾸 형이..... 하하하하하”

“응? 뭐. 형이 뭐하는데?”

웃음을 참고는 다시 시도하는 현민이.

“아니요. 엄마. 형이(형을 쳐다보는 동시에 웃음이 또 터진다.) 하하하하하”

몇 번을 시도하다가도 웃음 때문에 말을 잇지 못하는 둘째. 알고 봤더니 현민이가 내게 뭔가를 말하려고 하면 첫째 성민이가 자꾸 코에 손가락을 넣고 웃기는 표정을 지은 것이다.

둘 다 킥킥 거리면서 웃느라 공부가 진행이 되지 않았다.

“요놈들. 엄마가 매를 들고 와야겠네.” 나의 으름장이 있고서야 아이들이 웃음을 멈춘다.

조용히 책 넘기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푸하하하” 둘 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웃는다. 이번엔 나도 같이 웃는다.


어쩌면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그런 멋진 교육을 못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아이들의 그 웃음소리가 공부하며 넘겨지는 책장 소리 보다 더 좋다. 아이들의 이유 없는 웃음이 좋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이 좋다.

20160813205452.JPG 그저 웃는 아이들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럽다.

그러고 보면 난

웃어야 할 이유를 너무 찾고 있었고

웃지 말아야 할 이유를 너무 찾고 있었다.

예의 바르게 점잖게 살아야 한다고

가벼운 사람이 되면 안 된다고

아이들에게 좀 더 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다고

그렇게 웃음을 꾹꾹 참고 살았는지 모른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해 웃는 그런 웃음이 아닌

아무 이유 없는 웃음. 해맑은 웃음 짓는 삶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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