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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삭 줍기

너무 평범해서 기억에 남는 모습

by 모두미

내가 사는 팔라카타에는 감자들이 많다.

감자 생산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주위가 감자 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감자를 심을 시기가 되면 트랙터들이 아침저녁으로 밭을 일군다.

그리고 나면 수많은 일군들이 허리를 굽혀 가며 감자를 심는다. 그리고는 특별한 약도 치지 않고 그저 기다린다. 우리 집에 야채를 심어 놓았을 때는 싹 나는 것이 오래 걸리는 것 같은데 이 감자 밭은 볼 때마다 새롭다.

“야. 벌써 이만큼 자랐어?” “와. 벌써 수확할 시기네.”

남의 밭이어서 그런지 거저먹는 것만 같다.


감자 수확이 한창이었다. 많은 주민들이 일군이 되어 한 손에 작은 소쿠리를 들고 감자 밭으로 간다.

수십 명의 일군들이 작은 도구로 감자를 캐기 시작하자 초록색으로 덮여 있던 감자 밭이 벌거숭이 밭으로 바뀐다. 하루 종일 감자 수확이 끝나자 먼지 날리는 밭만 남았다.

조금이라도 많이 숨어있는 감자를 찾아야 한다

잠시 사무실에서 나와 감자 밭을 보는데 몇 명의 꼬마들과 엄마들이 보인다. 일꾼들은 아닌 듯한데 허리를 굽혀 무언가를 줍고 있다.

이삭 줍기이다.

감자를 캐고 미처 찾지 못한 감자들, 떨어진 감자들, 상품성이 없는 작은 감자들을 주워 가는 이삭 줍기.

감자 캐는 사람들

남아있는 감자를 줍는 엄마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엄마 주위에서 뛰어다니며 놀던 아이들도 기분이 내킬 때면 밭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감자를 찾는다.

아이들에게 감자 이삭 줍기는 보물 찾기이다. 못생긴 감자들, 숨어 있는 감자들을 잘도 찾아낸다.

감자를 찾았을 땐 소리를 지르며 엄마에게 자랑한다.

마트에 잘 진열된 감자보다 박스 안에 잘 정돈된 감자보다도 땅 속에 비스듬히 얼굴을 내밀고 있는 이 감자들이 나는 좋다.

누가 누가 더 잘 찾나?

잘생기고 멋진 감자들이 다 뽑혀간 자리에 쓸쓸히 남아 있는 실패한 감자들을 찾아 이삭 줍기 하는 아이들이 참 좋다.

먼지 나는 밭 위에서 일어나는 저 평범한 모습이 나는 참 좋다.

이마에 이고 가는 풍성한 감자와 함께 행복이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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