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들에게 죽음이란
어디선가 소리 지르는 소리가 들린다. 알아듣지 못하는 함성소리이다.
그 소리가 꼭 싸움터로 나가는 장정들의 외침 같다.
우리 집 바로 옆에는 감자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리고 그 감자밭을 지나면 강이 흐른다. 그렇게 크지 않은 강이다.
집을 나오면 볼 수 있는 풍경들
이 강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무더운 여름 사람들의 수영장으로, 신께 제사 드리는 거룩한 장소로, 물고기를 잡는 낚시터로.
그리고 그 바로 옆에 화장터가 있다.
이 강에게 하나 더 중요한 역할이 있다면 바로 화장 된 사람들을 어디론가 흘러가게 해주는 것이다.
팔라카타에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밤늦게까지 사람들의 함성이 들렸다. 큰 싸움을 일으키는 무리 같기도 했다. 밤새도록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리고 며칠 뒤에서야 그 소리가 화장터에서 소리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시골이든 도시든 인도인들의 장례 행렬은 간단하다. 여러 사람이 줄을 서고 그저 대나무와 천으로 만든 들것으로 시신을 싣고 강가로 걸어간다.
장례식 후 화장은 강가에서 진행된다.
나무 장작들을 높게 쌓은 후 그 위에 시신을 올려놓는다. 그리고 화장을 시작한다.
모두가 보는 가운데 진행되기 때문에 가족들 특히 여인들이나 아이들은 화장터에 오지 않는다. 그 마을 사람들이 화장을 진행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연찮게 장례 행렬을 마주했다. 특별한 것 없는 초라한 들것 위에 꽃으로 감싸진 한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본다.
화장을 위해 가는 그들의 모습에는 그리 슬픈 기색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씩씩하게 걸어가는 군인들과 같다.
인도 힌두교 인들은 죽음이 끝이 아니다. 죽음을 새로운 시작이라 믿는다.
가난한 가정에 태어나도 천한 카스트를 가지고 태어나도 그들은 반발하지 않는다. 그것을 삶으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그들이 받은 삶을 잘 살아 나갔을 때에 죽음 후에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고인의 마지막을 가는 그들의 얼굴이 슬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힘차다. 한 낱 먼지로 돌아가 강가에 뿌려질지라도 그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기에. 그들은 죽음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인 듯 했다.
아무도 걷고 싶어 하지 않는 길이 있다.
생의 마지막에만 갈 수 있는 길. 누군가에 의존해야 갈 수 있는 저 먼지 나는 길.
힘든 인생살이의 마지막이라는 말도, 새로운 생을 기대한다는 말도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여전히 내 눈에는 그 먼지 나는 길이 외로워 보이고 쓸쓸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