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람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방법
숨이 콱콱 막힐 것만 같은 날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지역에서 의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명색이 간호학과를 나왔지만 이곳에서 봉사를 할 때면 나는 꼭 밥순이가 된다. 한국에서 오신 의사 선생님들과 봉사자들이 배탈 나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 큰 임무를 띠고 말이다.
안드라 사람들은 눈 작고 얼굴 하얀 우리들을 얼마나 신기해하던지 가는 곳곳 마다 몰려든다.
진료가 시작되었다.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절해 보인다. 며칠간 지속되는 무더위에도 먼 거리를 걸어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들 한명 한명이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고 가기를 바라며 나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라고 해 봤자 한 마을 주민의 집이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아주머니의 집이었다.
가능한 구할 수 있는 야채들을 이용해 한국 식 요리를 시작하자 아주머니는 신기한 듯 날 쳐다본다.
안드라에서 온 인도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배우긴 했지만 뭐 간단한 인사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요리 하는 동안도 기다리는 동안도 어색한 이 분위기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또 다른 몇 분이 나의 한국 요리 실력을 구경하기 위해 그 집에 모였다.
요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한다고 하니 한사코 자기들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들과 마당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라고 해 봤자 한 단어 씩 그들의 언어를 물어보고 그들은 나에게 언어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들고 갔던 작은 수첩에 한글말로 인도 언어를 적으니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어색했던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뀔 때 쯤 우린 함께 아직 의료봉사가 진행 중인 곳으로 향했다. 걸을 때 마다 올라오는 먼지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으로 땀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입고 있던 인도 옷의 두빠따(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서야 뜨거운 태양빛을 조금 가릴 수 있었다.
학교에서 금방 돌아온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리 저리 뛰어 다닌다. 그리고 조금 큰 아이들은 짧은 영어로 우리에게 관심을 나타낸다.
진료 캠프 가까이에 도착하자 가까이에 사는 아주머니들은 나를 끌고는 자기네 집으로 데려간다. 작은 처마 밑에 흙으로 된 마당까지. 자기 집에 나를 초대 하더니 이런 저런 질문 들을 하기 시작한다. 이름은 뭐냐? 어디서 왔냐? 라는 기본 적인 영어로부터 시작해서 자기네 언어로 아주 신나게 나한테 말을 걸어온다.
그러고 보면 인도 사람들은 참 붙임성이 좋다. 외국인을 보고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니 말이다. 그것도 자기들 언어로.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머리를 흔들어도 본 척도 안한다. 그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난 영어로 때론 한국어로 이야기 하고 그 사람들은 그 지역 언어로 이야기 한다. 서로의 표정으로 서로의 몸짓으로 대화가 된다는 것이 참 감사하면서도 또 신기했던 날이었다.
그날 그 처마 밑에 앉아 인도 아주머니들과 즐긴 이상한 수다는 또 다른 행복이 되었다.
낯선 곳에서 어색하고 지루했을 수도 있던 그날 그 수다쟁이 인도 아주머니들 덕분에 뜨거운 더위조차 느끼지 못하고 즐겁게 보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에는 말 한마디 걸 수 있는 자신감과 그 사람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가능하다는걸 그때 알게 됐다.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 그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