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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과의 이상한 수다

인도 사람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방법

by 모두미


숨이 콱콱 막힐 것만 같은 날이었다. 인도에서 가장 덥다고 하는 지역에서 의료 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명색이 간호학과를 나왔지만 이곳에서 봉사를 할 때면 나는 꼭 밥순이가 된다. 한국에서 오신 의사 선생님들과 봉사자들이 배탈 나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드려야 하는 큰 임무를 띠고 말이다.

안드라 사람들은 눈 작고 얼굴 하얀 우리들을 얼마나 신기해하던지 가는 곳곳 마다 몰려든다.

DSC04221.jpg 가깝고 먼 곳에서 걸어온 사람들. 모두에게 희망이 전해지길 바라며

진료가 시작되었다. 무료 진료를 받기 위해 번호표를 들고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절해 보인다. 며칠간 지속되는 무더위에도 먼 거리를 걸어온 사람도 있다고 했다.

그들 한명 한명이 만족스러운 진료를 받고 가기를 바라며 나는 숙소로 향했다. 숙소라고 해 봤자 한 마을 주민의 집이었다. 어린 아이가 있는 아주머니의 집이었다.

가능한 구할 수 있는 야채들을 이용해 한국 식 요리를 시작하자 아주머니는 신기한 듯 날 쳐다본다.

안드라에서 온 인도 친구들이 있어서 조금 배우긴 했지만 뭐 간단한 인사 정도였기 때문에 그리 많은 대화를 나눌 수가 없었다. 요리 하는 동안도 기다리는 동안도 어색한 이 분위기를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는데 또 다른 몇 분이 나의 한국 요리 실력을 구경하기 위해 그 집에 모였다.

요리가 끝나고 설거지를 한다고 하니 한사코 자기들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그들과 마당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진기를 보더니 모두 심각해진 인도 사람들

이야기라고 해 봤자 한 단어 씩 그들의 언어를 물어보고 그들은 나에게 언어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다. 들고 갔던 작은 수첩에 한글말로 인도 언어를 적으니 가르쳐 주는 사람들도 아주 신이 났다.

그렇게 어색했던 분위기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뀔 때 쯤 우린 함께 아직 의료봉사가 진행 중인 곳으로 향했다. 걸을 때 마다 올라오는 먼지들, 그리고 뜨거운 태양빛으로 땀이 주르르 흘러 내렸다.

입고 있던 인도 옷의 두빠따(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서야 뜨거운 태양빛을 조금 가릴 수 있었다.

학교에서 금방 돌아온 아이들은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이리 저리 뛰어 다닌다. 그리고 조금 큰 아이들은 짧은 영어로 우리에게 관심을 나타낸다.

진료 캠프 가까이에 도착하자 가까이에 사는 아주머니들은 나를 끌고는 자기네 집으로 데려간다. 작은 처마 밑에 흙으로 된 마당까지. 자기 집에 나를 초대 하더니 이런 저런 질문 들을 하기 시작한다. 이름은 뭐냐? 어디서 왔냐? 라는 기본 적인 영어로부터 시작해서 자기네 언어로 아주 신나게 나한테 말을 걸어온다.

그러고 보면 인도 사람들은 참 붙임성이 좋다. 외국인을 보고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말을 건네니 말이다. 그것도 자기들 언어로. 내가 못 알아듣는다고 머리를 흔들어도 본 척도 안한다. 그저 자기들 하고 싶은 대로 말한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웃으면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IMG_5089.jpg 장난기 넘치는 아주머니들 덕분에 지루하지 않았던 하루

난 영어로 때론 한국어로 이야기 하고 그 사람들은 그 지역 언어로 이야기 한다. 서로의 표정으로 서로의 몸짓으로 대화가 된다는 것이 참 감사하면서도 또 신기했던 날이었다.

그날 그 처마 밑에 앉아 인도 아주머니들과 즐긴 이상한 수다는 또 다른 행복이 되었다.

낯선 곳에서 어색하고 지루했을 수도 있던 그날 그 수다쟁이 인도 아주머니들 덕분에 뜨거운 더위조차 느끼지 못하고 즐겁게 보냈다.

낯선 사람을 대하는 그들의 모습이 나보다 더 낫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인연을 만들어 가는 것에는 말 한마디 걸 수 있는 자신감과 그 사람에 대한 관심만 있다면 가능하다는걸 그때 알게 됐다.

다른 사람에 대한 작은 관심 그것이 우리 모두를 행복하게 만든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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