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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에서 비닐봉지로 아기를 감싸던 여인

세상은 그리 차가운 곳이 아니었다.

by 모두미

비가 세차게 내리는 날이었다.

모두 몰아치는 비를 피하기 위해 가까운 상가로 뛰어 들어가고 우산을 쓰고 급하게 집으로 향하는 사람도 있었다. 마노아도 우산을 쓰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하늘은 화가 난 듯 어두운 표정으로 비를 퍼부었다. 아무도 그 하늘에 반항하지 않았고 순순히 자리를 피했다.

그런데 그 화가 난 하늘에 반항하듯 온 몸으로 비를 맞고 있는 한 젊은 여인이 있었다.

무엇이 그리 급했던지 그 여인은 근처 쓰레기장에서 무엇인가를 찾고 있었다. 허름하다 못해 낡아 찢어진 그녀의 사리, 그리고 한 달은 안감은 것 같은 그녀의 덥수룩한 머리를 보고서야 그녀가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여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정신이 이상한 여인이라도 이렇게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본능적으로 몸을 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마노아는 그 여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여인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잠시 후 쓰레기장에서 자기가 원하는 크기의 비닐을 찾은 그녀는 가지고 있던 무엇을 그 비닐로 감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마노아는 그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다.

우산을 제대로 펴고 길을 건넜다. 그녀를 도우려는 생각보다도 그의 궁금증이 그의 발걸음을 그쪽으로 향하게 했다. 그리고 쓰레기장에서 자신의 소중한 무엇인 가를 비닐로 싸고 또 싸는 그 여인 가까이에 갔다.

마노아가 그 여인에게 가까이 갔을 때 그는 한발 자국도 더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 젊은 여인이 비닐로 싸고 또 싸고 있었던 것은 바로 갓 난 아기였다.

자신의 아기가 비를 맞을 까 봐 그녀는 그 몰아치는 빗속에서 쓰레기장 속의 비닐들을 찾아 아기를 감고 있었다. 마노아는 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다.

‘아! 이 정신적으로 문제 있는 여인도 자신의 아기를 사랑할 줄 아는구나.’

마노아는 이제 그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았다. 그리고 그녀와 갓 난 아기를 데리고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인도의 길거리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산다. 그나마 정신이 올바른 사람들이라면 밥만 구걸하고 돈만 구걸하고 마는데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길거리의 방랑자들은 몇 달을 씻지 않고 정신없이 길을 횡보하거나 길을 집 삼아 잠이 든다. 그들에게는 의료적인 혜택도 의식주의 기본 적인 것조차 사치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두려움의 존재가 되고 멸시받는 존재가 된다.

또한 그런 여인들은 성폭행의 피해자가 되기 십상이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세상의 외톨이가 될 뿐이었다. 그런 어려운 상황을 제대로 본 마노아는 그 사람들을 돌봐주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길거리를 다니며 만나는 정신이상자들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목욕을 시키고 이발을 해주며 함께 생활하도록 했다.


우리가 그의 집을 방문했을 때는 이미 많은 정신이상자들과 노숙자들이 그가 마련한 건물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간호학과를 다니던 시절 정신병동 실습시간이 제일 무서웠던 나는 그 사람들이 지내는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 머리끝이 쭈뼛쭈뼛 섰다. 오지 말아야 할 곳에 온 것처럼.

안전한 곳애서 깔끔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노숙자들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그들의 쾡 한 눈빛들. 짧은 삭발 머리에 같은 옷을 입고 있던 그들의 모습이 어쩐지 짠한 마음이 들었다. 건물 앞에 있는 잔디밭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 예배를 드리고 또 정해진 스케줄대로 운동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유치원 어린아이들 같았다.

로봇처럼 표정 변화 없이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사이에 작은 꼬마들이 뛰어다녔다. 같은 옷을 입고 있었지만 해맑은 눈에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들이 있는 것이 새삼스레 이상하게 느껴졌다.


“저 아이들은 여기 있는 노숙자들의 아이들이에요. 대부분 강간을 당해 임신을 한 채로 이곳에 오거나 또 엄마를 따라서 같이 노숙생활을 하다가 온 아이들도 있어요. 이 아이들은 정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아이들이죠. 그래서 이곳에서 일반학교에 보내고 있어요.”

정신이상자 노숙자를 부모로 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마노아는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 같은 존재였을지 모른다.

해맑게 웃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사이에서 마노아의 두 아이들이 함께 뛰어노는 것을 봤다.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인 마노아의 아이들이 때로는 그 사람들의 식사 배급을 도우면서 때로는 노숙자 아저씨 아줌마들의 도우미가 되어 주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꼬마들아. 너희들이 나보다 낫다.

힘든 일을 사명이라 생각하는 마노아 가정

나보다 좀 더 지저분하고 정신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고 그저 두려움을 가지고 접근하던 나를 돌아보며 부끄러운 생각마저 들었다. 마노아의 집을 나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한번 방문하고 얼굴 비취기는 쉬울지 모르나 일 년 365일을 함께 살아가는 그에게 좋은 일만 있을까. 쉽지 않은 일이 리라. 그리고 다짐했다. 비록 내가 마노아 같은 일을 직접 하지는 못하지만 작은 도움이 되겠다고.

세상이 참 각박하고 차갑게만 느껴질 때가 많다. 내가 너무 힘이 들고 바빠 누군가를 돌아보고 신경 쓸 여력조차 없다고 느낄 때도 많다. 다른 사람들의 고민이나 문제 등은 내게 관여하고 싶지 않은 존재로 다가올 때가 대부분이었다.

마노아의 집을 나오면서 많은 노숙자들의 인사를 받고 길을 나서면서 난 생각했다.

세상은 어쩌면 혼자 살아가기보다는 조금은 불편해도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것을.

그리고 세상이 그렇게 차갑기만 한 곳은 아니라는 것을.

그 따뜻함은 우리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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