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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모두미
May 05. 2017
들판에서 펼쳐지는 난타
자연과 자유가 함께하는 음악회
도시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은 항상 피곤하다.
복잡한 도시에서 빵빵 거리는 경적 소리와 넘쳐나는 사람들.
그들 사이에서 물건을 수리받고 필요한 것들을 사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간다.
인도의 버스는 아주 빠르다. 아니 최고 빠르다.
어떤 좋은 차들 보다도 빠르게 달린다.
남편과 버스를 탈 때면 난 꼭 이야기한다.
"인도 버스는 정말 폭주족들이야. 그리고 저 운전기사는 목숨이 여러 개 인가 봐."
한시도 멈추지 않고 경적을 울리며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버스 안에서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흙먼지를 맞으며 가지고 온 두빠따(인도전통 의상에 딸린 숄)로 얼굴을 칭칭 싸매었다.
'아! 이제 됐다.
웬
만한 흙먼지에도 견딜 수 있겠어.'
그렇게 시골길 구경을 시작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버스 안에서 보는 시골은 2배속으로 돌아가는 다큐멘터리와 같다.
길가에 앉아서 볼일을 보는 꼬마 아가씨, 저녁이 되어 염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주머니,
논밭을 뛰어다니며 노는 꼬맹이들, 인도 전통 의상을 교복으로 입고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고생들이 삼삼 오오 줄을 맞춰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들. 매 번 보는 모습이지만 볼 때마다 그 매력에 빠진다.
그렇게 마을을 지나고 다시 들판이 나왔다.
그런데 들판 저 한가운데에 신나는 난타전이 보였다.
5명의 아이들이 크기가 다른 허름한 기름통을 엎어 놓고 나무 막대기를 들고 신명 나게 두드리고 있었다. 난타!
인도에서 보는 자연 속 난타 공연이었다.
중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들이 몸을 흔들어 가며 열정적으로 난타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은
그 빠른 2배속의 다큐멘터리 속에서 유난히 슬로 모션으로 비치는 모습이었다.
허름한 옷도, 낡은 기름통도 아이들의 자유로운 예술성을 숨길 수는 없었다.
'아~ 잠시만 멈춰 설 수 있다면.....'
난 그 아름다운 난타 공연을 너무 빠르게 보고 지나가는 버스 아저씨를 원망하면서 아쉬움에 창문 뒤로 얼굴을 돌렸다.
그날 내가 본 다큐멘터리 '2배속으로 보는 인도의 거리'에서 가장 최고의 장면을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자연 속에서의 난타 공연이었을 것이다.
평범한 삶을 예술로 소화해 내는 아이들의 모습.
어쩌면 우리네 평범한 삶도 그렇게 조금만 시선을 바꿔 본다면 신명 나는 삶이 되지 않을까?
바람 속에 그 아이들의 드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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