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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두미 Jul 14. 2016

비를 맞으면서도 행복한 남매

행복 보물 상자를 가장 잘 사용하는 아이들

일요일 오후, 한참 방 정리가 마칠 때쯤이었다.

남편은 새로 이사 온 집에 커튼 봉을 달아 주겠다며 창고에 연장을 찾으러 나갔다. 아이들은 아빠가 큰 보물이라도 찾으러 나가는 것처럼 아빠의 뒤를 따라 나갔다. (하긴 요즘 망치로 못을 박거나 나사를 푸는 것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아빠를 따라 연장을 찾으러 가는 일이 둘도 없는 좋은 기회였을 수도 있다.)     


세 남자가 창고로 간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장대 같은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우기로 접어든 후로는 자주 비가 내렸기 때문에 갑자기 내리는 비에도 그리 놀라지는 않았다. 오히려 무더운 더위를 식혀주는 비가 고마웠다.

그런데 오른쪽 길에서 꼬마 한 명이 달려온다. 자기 몸보다도 훨씬 커 보이는 어른 자전거에 무언가를 잔뜩 싣고서 말이다. 나뭇가지들이다. 겨울을 준비해서 떨어져 있는 나뭇가지들을 모아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비가 내리는 것이다. 꼬마 아이는 많아 봤자 8살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잠시 아이가 자전거에 싣고 가던 나뭇가지들을 정리하고 있을 때 뒤에서 다시 누나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뛰어 왔다. 둘은 갑자기 내리는 비에 당황한 듯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그 비가 그리 싫은 손님 같지는 않았다. 자기네 언어로 뭐라 뭐라 이야기하더니 막 웃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여자아이가 두르고 있던 두빠따(인도 전통 복장으로 항상 어깨를 두르고 다니는 스카프 같은 종류)를 동생과 자기 머리 위에 올리더니 비 내리는 길을 종종걸음으로 걷기 시작한다.

억수같이 내리는 비를 맞으면서도, 자전거 뒤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있는 짐을 가져가면서도, 두 남매는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 거리며 길을 걸어간다.

뭐가 그렇게 신이 났을까? 귀찮고 짜증 나는 순간이었을 수도 있는데 뭐가 그리 재미났을까?     

비를 맞으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목소리를 내며 걸어가는 두 아이의 뒷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뭉클했다.

난 피아노 위에 올려져 있던 사진기를 급하게 가져왔다. 그리고 그 아이들의 뒷모습을 사진기에 담았다.

누구에게나 주어져 있는 행복이라는 보물 상자가 있다면 이 아이들은 그 행복 보물 상자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 듯했다. 가르쳐 주는 사람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들의 모습이 점점 멀어져 가고 깔깔거리던 웃음소리도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는다. 그제야 난 아쉬움에 혼잣말을 한다. “우리 집에 잠깐 쉬었다 가라고 할 걸......”

비 오는 오후 사진기에 남겨진 아이들의 뒷모습이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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