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마트에 가려면 자동차를 타고 3시간을 달려야 하는 시골이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재래시장을 갈 수밖에 없다. 남편은 재래시장이 사람 냄새난다며 좋아하지만 나는 살 때마다 흥정을 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인지 재래시장 가는 것이 그리 즐겁지 많은 않았다.
그날은 일요일 장날이었다. 다른 날 보다도 더 많은 장이 열리는 일요일.
새벽같이 장을 보러 남편과 나서는데 비가 왔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여보. 난 이 비 오는 날에 시장 가는 거 정말 싫어.”
“왜. 좋잖아. 비 오는 날 사람 구경도 하고 물건도 사고.”
난 남편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반대쪽 창문만 보고 있었다. 질퍽거리는 바닥에 넘쳐나는 상한 야채들을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남편은 우산을 들고 이것저것 살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는 우산을 들고 복잡한 사람들 사이를 걸어 다니기 싫어서 자주 가는 단골 가게 집에 잠시 앉아 있겠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남편은 물 만난 고기처럼 필요한 야채들을 구입하느라 바빴다.
가게 처마 밑으로 빗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장을 보기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다. 저마다 시골에서 농사지은 온갖 야채들을 앞에 두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리는 비가 야채들 위에 떨어져서 인지 야채들이 더 싱싱해 보였다.
우비를 입은 사람들, 찢어진 우산으로 비를 피하는 사람들, 무거운 짐을 머리에 지고 우산까지 들고 힘들게 걸어가는 아저씨, 비 오는 와중에도 사람들의 짐을 날라주는 꿀리(일군) 아저씨.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비가 오는 질척거리는 재래시장이라는 것도 잊은 채, 내가 장을 보러 왔다는 것도 잊은 채 사람들의 수수한 모습들에 반해 연신 사진기를 눌러댔다.
남편 말대로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삶의 냄새였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냄새.
남편은 이미 그 냄새를 알고 있었다. 장을 다 본 남편은 우산을 들고 다니며 비 오는 날의 재래시장 모습을 찍고 있는 나를 보며 웃으며 놀려댔다.
“누가 작가 아니랄까 봐.~~”
난 남편에게 말했다.
“재래시장도 가끔은 가볼만한 것 같아.”
집으로 돌아가는 길.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더없이 친근하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