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빨래를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적은 양을 돌리기에는 전기세가 아까워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 손으로 빨래를 비비고 조물거리고 있는 힘을 다해 짜고 말리는 행동에서 무언가 시원하게 빠져나가는 기분을 받았다. 아무래도 물기를 다 짜내는 건 무리인지 방 한구석 빨래대에 널린 빨래에서 물이 떨어진다. 그 물기를 훔치고 짜고 훔치고 짜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그 작업이 끝이 난다.
햇빛에 바짝 말리고 싶은 안타까움이 있지만 그런대로 만족해본다. 이 정도도 감사하다고 생각한다. 기왕 손빨래를 할 거라면 제대로 하자 싶어 빨래판이 달려있는 대야를 샀다. 어떤 빨래 비누가 좋을지 이리저리 검색도 해본다. 줄어드는 빨랫비누를 보는 게 기분이 좋다. 무언가 손으로 해낸다는 건 참 좋은 일이라며 너무 기계에 의존하는 게 아니었는지 생각해본다.
세상이 편리해지면서 무언가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되어 버렸다. 세탁기를 돌리며 티브이를 보며 청소기를 돌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지만 온전히 빨래 한 가지를 한다던가 청소에 집중을 한다던가 하는 재미가 사라져 버려서 아무것도 안 한 것 같은 공허함이 들었다. 그런 공허함을 손빨래로 달래어본다.
양이 많은 날은 비누를 칠하고 손으로 비벼가며 빨래를 한 후 세탁기의 힘을 빌리기도 한다. 도저히 혼자서 물기를 짜낼 엄두가 나지 않아 탈수는 세탁기로 한다. 조금 두터운 옷은 아무리 힘을 주어 비틀어도 그 물기를 다 빼낼 수가 없다. 그 덕분에 조금씩 자주 하기도 한다.
정말 별거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아무 생각 없이 온전히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나만의 시간이 되었다. 덕분에 좀처럼 줄지 않던 핸드크림도 신나게 잘 사용 중이니 여러모로 좋은 점이 많은 샘 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