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편리해지면서 마음은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쉽게 정보를 얻다보니 무언갈 얻는다는 것도 쉬워졌고 방대한 양에 뭐가 제대로 된 정보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다른사람의 글과 사진들을 쉽게 접하면서 왠지 나만 제외한 모두가 잘 사는것만 같고 물건들은 넘쳐나며 오히려 내 시간은 더 줄어들고 말았다. 그래서인지 어느날부터 그런 모든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고 아날로그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래 된 것.
자연.
천천히 걸음.
물건들을 줄여나감 등등.
어쩌면 세상에 지쳐 내 속도, 내 시간으로 걷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이것저것 참 많은 미래를 꿈꿨던 것 같다.
이걸 보고 또 저걸 보고선 그에게 가서는 옹알 종알 이렇게 살고싶고 저렇게 살고싶다며 참 많은 말을 했던 것 같다.
그가 물었다.
"어떻게 살고싶어요? 제주도에 살고싶은거에요, 책방을 하고싶은거에요?"
그도 그럴것이 여기저기서 좋아보이는것만 잔뜩 가져와서 늘어놓기 바빴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 있을텐데도 다른걸보고 좋아보이면 흔들리기에 바빴다.
한곳만 바라보고 달려도 모자를판에 이것저것 판을 벌려놓고는 스스로의 숨통을 조이고 있었다.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가 물어본 메세지를 화면에 띄워놓고는 20여분을 땀이 등까지 젖어들도록 운동을 했다.
분명 내가 그리는 미래일텐데 제주도에 살자고 하자니 그 비싸진 땅에 부담이 되었고 책방을 하고싶다고 하자니 서울에서 돌아보았던 책방들은 내가 그리던 그런 곳들은 아니었다. 양자 택일의 문제는 아닌거 같아 고민을 한참 했던 것 같다. 분명 소소하고 여유롭고 느리고 오래된것을 아끼고 음식을 감사히 먹는다던가 하는 그런 슬로우라이프적인 삶을 살고 싶은건 알겠는데 그게 참 어렵다.
고민의 끝을 편지로 썼다.
편지에 고이고이 그와 함께 살고싶은 내가 그리는 삶을 한자 한자 적어넣었다.
그에게 나의 진심이 닿기를 바라면서.
그러고서는 또 걱정을 한다.
행여나 내 욕심에 그를 괴롭히는건 아닐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