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비가 그래도 드문드문 와주는 게 고마운 마음이 들어 작은 우산 속에 비가 들이침에도 마냥 즐거웠나 보다. 그래도 혹여나 싶어 일치감치 집으로 돌아와 블라인드를 활짝 걷은 후 '리틀 포레스트'를 틀었다. 비로 인해 낮임에도 적당히 어둑해진 방에서 잔잔한 그 영화를 보는 행복함을 혼자 느끼는 게 아쉬워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
"우리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은 리틀 포레스트 데이로 해요. 적당히 어둑해진 실내에서 비가 오는 걸 느끼며 리틀 포레스트 영화를 보는 그런 날이요!"
워낙 둘 다 좋아하는 영화라서 그런지 그러자고 한다.
그러고 보니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커다란 테이블에 마주 앉아 노트북을 틀어놓고 목이 떨어져라 나는 왼쪽으로 그는 오른쪽으로 있는 대로 꺾어서는 영화 러브레터를 본 적이 있었다. 아직 어떤 사람일지 조심스러운 그때에 영화 보면서 지금 봐도 촌스럽지가 않다는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그렇게 한참을 목 마사지를 하며 보다가 애잔하게 슬퍼지는 마음에 주책 맞게 눈물이 나는 게 당혹스러워 그를 살짝 훔쳐보니 그도 역시 울고 있었다.
슬픈 영화를 보고 슬퍼서 울 줄 아는 사람이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워하거나 강한 척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영화를 받아들이며 감정을 표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기에 그 마음이 참 예뻤다. 아무래도 눈이 오는 날은 러브레터 데이를 추가로 정해둬야 할 것 같다.
이렇게 하나씩 쌓여가는 날들이 든든하게 잘 쌓여 주기를.
그렇게 더 단단해지는 우리이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