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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1. 2017

소망을 가득 담아서.




얼마전의 이사로 아직 정리가 채 되지 않은 집에 앉아 하염없이 지나가는 수많은 차들을 바라보며 앞으로 살고 싶은 삶을 상상해본다.


너무 가깝지도 그렇다고 멀지도 않은 위치에는 바다가 자리하고 있다. 때로는 사납게 파도가 치고 때로는 무서우리만치 고요한 그곳은 여름이면 적당할 만큼의 사람들이 놀러와서는 행복하게 노닐다 가는 그런 곳이다. 기왕이면 바다 색이 하늘을 닮은 옅은 파란색이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바다를 등지고 돌아서면 조그마한 귀여울만큼의 마당이 있다. 그 마당에는 나뭇대가 세워진 빨래줄이 자리하고 있어서 이불이며 옷가지 등을 해가 예쁜 날에 널어 둘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좋아하는 로즈마리가 심어져 있어 바람이 불면 살랑살랑 예쁜 향이 온 마당에 퍼져나간다. 맛있는 고기가 먹고 싶은 어느 저녁 손에 묻은 물기를 앞치마에 닦으며 마당으로 나가 로즈마리 잎을 무심하게 툭 하고 따서는 잘 구워지고 있는 고기에 풍미를 더해보기도 한다.


마당 한켠엔 오래되었지만 사람의 손길이 구석구석 닿아 깨끗하고 아담한 집이 한 채 놓여있다. 청소를 좋아하는 나의 손이 구석구석 잘 닿아서 거미줄 하나 없이 깨끗하고 작고 예쁜 오래된 나의 작은 집에는 마음이 넓은 그가 노란 불빛이 켜진 거실 한켠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고 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바라보더니 세상에서 제일 예쁜 웃음을 지어준다. 그 순간 나는 '이런 삶이면 됐다'라는 예쁜 마음을 느끼겠지. 빵을 좋아하는 그를 위해 빵 만드는 법을 배워서 집 안을 가득 빵 굽는 냄새로 채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꼭 필요한 물건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그 곳이지만 책은 가득하게 차있다. 그와 나는 글을 쓰는 일을 하기에 책이 가득 찬 그 공간에서 마주 앉거나 나란히 앉아서 이런 저런 책을 들춰보기도 하고 이런저런 글을 쓰기도 하고 서로의 글에 첫번째 독자가 되어주기도 한다.


조그마한집에 다행히 2층이란게 존재해서 서로 생활시간이 조금은 다르더라도 잠을 방해하지 않고 먼저 일어난 사람은 아래층에서 이런저런 것들을 할 수 있다. 아마도 아침형 인간인 내가 먼저 일어나 빵도 굽고 차도 내리고 고양이와 강아지들 밥도 챙겨주게 되겠지.


그렇게 삶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그런 곳에서 넓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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