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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ul 23. 2017

비 오는 날

음악을 듣고 말았다.

창 밖으로는 보슬보슬 비가 내리고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이는 차들을 바라보며 적당히 우려낸 차를 마신다.

아침부터 듣기에는 조금 그런가?싶은 '지친 하루'를 틀어놓았는데 워낙 멜로디가 좋아서인지 오히려 좋은 하루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다.


'옳은 길 따위는 없는 거야. 내가 걷는 이 곳이 나의 길...'



뭐가 그렇게 서러웠던건지 어제는 집에 들어와 불을 꺼놓고 엉엉 울고 말았다.

어떤 글에서 본 것처럼 나이탓을 해본다.

조금만 툭 건드려도 주루룩하고 눈물이 흐른다.

티비에서 후원을 바란다며 나오는 광고에도 주루룩 하고 눈물이 흐른다.

생각해보니 엊그저께는 5분거리에 있는 엄마가 보고싶어 엉엉 울었다.

주책만 늘어가는 것 같은 민망함은 나의 몫이겠지.



조금씩 날이 밝는 창 밖으로 선명하게 보이는 교회 지붕에 달린 십자가가 마음에 든다고 생각한다.

비때문에 적당히 어스름한 창 밖으로 유난히 밝게 비치는게 꼭 '너를 지켜줄거야'라고 말해주는 것이길 바라면서.


글을 쓰는동안 노래가 바뀌어 'These Foolish Things'라는 멋들어진 재즈 음악이 흘러나온다.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이라는 책을 읽고는 마음에 들어 '당신과 하루키와 음악'이라는 앨범에 담긴 노래를 몽땅 넣어두었었는데 어쩜 비오는 오늘과 꼭 들어맞는다.





한번씩 번쩍거리는 번개와 그 뒤에 이어지는 천둥소리가 마음에 든다.

어릴적엔 뭐가 그렇게 무서웠던지 천둥과 번개가 치는 날에는 부모님이 계신 방으로 쪼르르 달려가 쭈그리고 옆에서 잤던 기억이 난다.

키가 부쩍 자랐던때에도 나는 분명 천둥번개가 무서웠는데 무서운걸 들키면 놀림받을거라는 생각에 무서운 마음을 꾹꾹 누렀었다. 키가 다 큰 무렵 큰언니손에 이끌려온 털이 하나도 없고 시커멓던 강아지는 천둥번개만 오면 몸을 사시나무 떨듯 벌벌 떨며 귀를 내리고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안절부절해 하곤 했다. 아마도 그때 강아지를 달래주느냐고 내 무서움 역시 달래는 방법을 깨달은 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보태서 그 사람이 '저는 태풍 오는 날 밖에 나가서 비 맞는걸 좋아해요.'라는말에 '그래, 나도 오늘부터 비오는날을 좋아하겠어!'라는 마음도 한 몫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이 들었다고 찔끔찔끔 우는 나처럼 나이든 나의 강아지는 귀가 어두워져 이제는 천둥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걸 귀가 어두워져 다행인점중에 굳이 좋은 점으로 꼽아본다. 더이상 무서워하진 않을테니까.



잇몸이 퉁퉁부어 밤새 뒤척인걸로도 모자라 침을 삼킬때마다 움찔거릴 정도로 목이 부어버리고 말았는데 눈치없이 새벽부터 배가 고프다. 차 우리는 주전자에 물을 담아 따뜻한 물로 겨우겨우 아픈 목구멍을 진정시켰지만 여전히 음식을 씹을 자신이 없어 고픈배는 내버려두기로 한다.


더워서 틀어놓은 선풍기 바람에 차가 빨리 식어버리는게 야속해진다.

그깟 선풍기와 식어가는 차로 '인생은 언제나 이중성이 존재하지'라는 혼잣말을 해버렸다.


창밖은 점점 더 거새어지는 비로 인해 뿌옇게 변해버려서 지나가는 차들의 빛만 간신히 보인다. 침대를 창문 옆에 바짝 놓아서 누우면 하늘이 보이게 해두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누워있을 예정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비오는 하늘을 보면 무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피어오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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