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내가 바뀌어야 하는 일
어쩌다 보니 혼자 살아가게 되었다.
어찌어찌 해 나가는 살림이 재미있고 좁은 공간이지만 내 공간이라고 꾸미는게 재미있다.
작업실 처럼 꾸며서 콕 박혀서 글만 쓰고 그림만 그린다는 다짐을 실행하기에는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살아보니 어찌어찌 또 그렇게 해내가고 있다.
적은 물건으로 소소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자라고 생각한 이후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치워야 하기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깔끔함은 불가능하구나라는것도 몸소 느끼면서 그렇게 엄마 품을 떠나 하나씩 깨달아가고 있는 이 과정이 참으로 소중하다.
그것과 동시에 가족이라는 소중함도 몸소 깊이 느낀다. 항상 옆에 있던 가족들을 이제는 전화를 하고 시간을 내어 만나야 한다는게 낯설고 어두운 방안에 홀로 있다는것 등등의 감정들이 휘몰아치며 엄마 보고싶다며 훌쩍훌쩍 울고 말았다. 가족들과 있고싶어 본가를 찾아갔던 날 짐이 거의 나온 내 방을 바라보며 내 자리가 이제는 여기가 아니구나라는걸 느끼고는 왠지 모를 이상함도 느꼈다.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던 내 공간은 이미 텅 비어버려 이제는 엄마가 쓰는 침대에 눕는것도 어색해져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조금씩 새로운 내 공간에 익숙해져가고 있는 것이겠지.
TV를 틀어놓고 적막함을 달래다가 그동안 바라고 바래왔던 고양이를 입양해야겠다고 마음 먹고는 여기저기 알아보고 문의를 해보는데 생각보다 고양이 입양이 쉽지 않았다. 물론 오랜기간 파양되고 다치는 아이들을 보아온 탓에 조심스러운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직업과 수입을 물어보고 집 크기, 주의사항등을 말하는 그 사람에게서 거부감을 느끼는 바람에 입양을 다시 생각해보기도 했다. 대충 '고양이 키우는일이 그렇게 엄청나게 대단한 일이었어?'라는 반감심도 함께.
쉬운일이 아니라는건 알지만 으름장을 놓는듯한 말투에서는 그렇게 느껴져서는 나도 강아지 15년 키웠고 병원비 많이 나오는거 알고 하는데 이상하게 고양이 키우는 사람들만 유별나단말이야..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인연이 닿아 깊이 사랑하게 된 반려묘를 만났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전에 아이가 인연이 아니어서 거부감이 들었던거라 생각한다. '모모'라고 이름지은 이 아이가 인연이기에 그리 된 거라 생각한다.
하루만에 적응을 마친 모모는 자는 발을 깨물어 놀아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무릎에 올라와 골골송을 불러주기도 하고 글을 쓰는 지금도 노트북 옆에 자리를 잡고는 잠이 들어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한 문장 쓰고 처다보기를 반복하게 된다.
생명을 돌보는 일에는 책임감이 따르기 마련이다. 쉽게 생각한적도 없고 충동적이지도 않았다. 그저 내 삶에 가만히 들어와주어 인생을 도란도란 같이 살아주기를 바랄 뿐이다. 그 모습 그대로, 조금의 꾸밈도 없이 깊이 신뢰하고 의지하는 그런 사이라면 더 할 나위 없겠지. 덕분에 가뜩이나 집순이인 내가 나갈일은 더 줄어들었다.
미니멀라이프에 고양이 물건이 더해지니 집이 이래저래 보기에는 난잡해보여 내 물건을 더 줄여야지 하며 자꾸만 둘러보게 된다.
수많은 물건들을 사고 버리며 그나마 형성된 지금의 가치관이 다행이라 여겨질만큼 물건은 사지 말고 사더라도 여러번 생각해서 신중하게 고르자는 주의인데 모모를 들이며 산 물건들이 제법 되어버리고 말았다. 아직 더 사주고 싶은것들이 많지만 조금은 더 신중해져보기로 한다.
이전의 방에 꽉 들어찬 물건이 싫어 많은 물건들을 버렸지만 문득 든 생각은 나의 생활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같아질거라는 생각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헛하게 썼으면 그걸로 됐다. 그렇게 많은 물건을 버렸으면 그걸로 됐다.
고양이와 함께 원하는 집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머무는 인생으로 채워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