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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01. 2017

시간, 공간, 마음을 쓰다.

너와 만난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고픈배를 부여잡고 물어본다.


'뭐 먹을래?'

'넌 뭐 먹고 싶은데?'


서로 선택권을 일단은 넘겨줘본다.

딱히 먹고싶은게 없기도 했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강한탓인지 결정장애가 있는 탓인지 항상 무언가의 결정을 상대방에게 우선시 주는 버릇때문일 것이다.


'니가 골라봐'


이럴땐 여러가지를 불러본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나름의 노하우라는 이름을 붙여두고선.


'짜장면(중식)이나 밥종류나 햄버거도 좋고...'


이렇게 말하고 나면 상대방은 그 중에서 어찌되었건 자신에게 최선일 법한 메뉴를 고른다.





'저쪽에 새로생긴 카레집이 있던데 거기 가보자'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선 카레집으로 향했다.

꽤나 깔끔한 공간과 몇개 안되는 메뉴가 무척 마음에 든다.


세상이 여러가지 너무나도 많은 선택권으로 둘러쌓여버리는 바람에 무언가를 고르고 집중하는게 여간 어려워진게 아니다. 오죽하면 슬로우라이프라는 말이 나왔을까. 얼마나 느리게 사는게 힘들어 졌으면... 카레집에서 고를 수 있는 카레 종류가 두가지중 하나이고 사이드정도 시키는 단촐하고 깔끔한 방식이 무척 마음에 든다.


그런 생각을 하는데 음식이 나왔다.

먹는 속도가 무척 느려 직장생활을 할 때에는 점심시간에 밥을 먹기를 아예 포기했었다.

도저히 사람들의 속도를 따라서 먹는게 불가능했다. 반 이상 남은 나의 밥을 이미 식사를 끝낸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으며 먹는다는건 상상 이상의 고문이었다. 도시락을 싼다는 핑계로 점심을 피하며 허기는 편의점 우유로 달래곤 했었다.


다행히 나와 속도를 맞춰줄 줄 아는 친구와 맛있는 시간을 보낸다.

천천히 대화를 나누며 오물오물 음식을 먹으며 이런저런얘기를 끝없이 나눈다. 그렇게 많은 얘기를 나누고도 아직도 할 얘기가 많다. 가끔은 한 얘기를 또 하기도 하지만 서로 개의치 않고 들어준다.


'맞아, 너 그때 그랬었다그랬어~' 정도로 맞장구를 치면서.



서로의 시간을 들인다.

내가 너를 위해, 그리고 네가 나를 위해.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내가 무더운 여름이라서인지 에어콘이 빵빵한 카페에 들어와 오돌오돌 떨며 온몸에 닭살이 돋아하니 괜찮다는대도 굳이 자리를 옮겨준다. 살짝 짜증이나 인상을 썼다가 뒤돌아 생각하니 그 마음 씀씀이가 예뻐 고마운 마음이 인다.


이것저것 할것들을 잔뜩 짊어지고 나왔지만 이제 곧 가야한다는 친구의 말에 할일을 내려놓고 그 친구가 가기 전까지 함께 시간을 보낸다.


언제부터인가 누군가에게 시간을 쓴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일임을 알게 되었다.

누구나 주어진 시간이 같다라는것과 아무렇지도 않게 그냥 흘려보낸 시간들의 아까움을 알게 된 이후로 내 시간을 누군가에게 들인다는걸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였던가. 인간관계가 먼저 정리되기 시작했다. 내가 누군가에게 들이는 시간이 아깝다라고 느껴지는 사람들과의 만남은 멀리하기 시작했고 그냥 흘러가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여보려고 뭐라도 참 부지런히 해댔다.


그만큼 네가 나에게 들여준 시간이 고마웠다.

너에게도 소중할 그 시간을 나와 만나 이야기와 차와 맛있는 음식들로 채워주는걸 당연하다거나 시간때움따위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 기준에서 그건 애정이고 사랑이였다.


혹여나 나와 생각이 같지 않을지라도 나는 여전히 나를 위해 시간을 써주는 사람들이 고맙다.

그리고 내 시간을 사랑하는 사람, 사랑하는 일, 사랑하는 모든것들로 채워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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