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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17. 2017

잘 지내고 있나요?




잘 지내고 있나요?


저는 얼마 전부터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어릴 적부터 그리도 바라던 일이라 좋지만

서투름에 아직은 많이 헤매는 중이에요.

어떻게 친해져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먹을 것과 노는 걸로 그럭저럭 해내고 있어요.

새벽에 잠을 잘 때는 야옹 소리와 함께 겨드랑이에 파고들어선

그르렁 거리면서 어찌나 애교를 부리는지...


오늘은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젖히니 비가 오고 있더라고요.

비에 젖은 도로를 바라보니 마음도 깨끗해지는 느낌이었어요.

고양이도 비 오는 거리가 좋았는지 얼른 창가에 자리를 잡더라고요.


커피를 타서 한잔할까 했지만 왠지 귀찮아

맹물만 한가득 들이켰네요.

그러고 보니 당신은 커피를 참 좋아했어요.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겠다고 하면 한동안은 줄어드는 거 같았지만

어느새 보면 커피를 한 아름 사두는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도 같이 카페에 가서 커피를 두 잔을 시킬 때면

다 마시지 못할 제 커피를 슬쩍 밀어서 주곤 했었죠.

제가 타주는 커피가 제일 맛있다며 커피 타 달라고 한 번씩 들를 때면

물 붓고 가루 넣는 게 다인데 어쩜 저렇게 능청맞을까 생각했어요.


고양이와 비오는 창밖을 멍하니 한참을 바라봤어요.

아직 무는걸 고치지 못한 고양이가 손가락을 야금거려

생각에 잠길라치면 현실로 돌아와야했지만

그런데로 괜찮은 아침이었어요.


사실, 걱정이 많이 되요.

잘 해나갈 수 있을까, 이대로 괜찮을까 하고요.

하고싶은 일을 하려고 하던 일을 내려놓았거든요.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이 다음에 더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일단은 해보는 중이에요.


앞에 앉혀두고 이런저런 고민을 털어놓고 싶네요.

아마 당신은 내 모든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겠죠.

제가 자꾸 꾸중 놓던 분석을 요리조리 해가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었겠죠.


보고싶네요.

아마도..


곧 볼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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