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에 한 가지를 하는 게 쉽지가 않아졌다.
글을 쓸 때에는 글을, 책을 읽을 때에는 책을, 밥을 먹을 때에는 밥을 먹으면 되는 일인데 TV를 켠다던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던가 책을 보면서 밥을 먹는 등 온전히 집중을 한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천천히 살자, 천천히 살자를 계속해서 마음에 새겼더니 그나마 하나씩 하는 듯 흉내가 제법 내지는 편이라 조금 더 연습하다 보면 될 거라며 달래어본다. 아마 몸에 새겨질 때까지 마음에도 새겨야 할 것이다.
꼭 필요한 물건만 놓아두자면서 자꾸만 온라인 쇼핑몰을 들락거린다. 그 물건이 없어도 있는 것 중에서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자꾸만 들여다본다. 심지어는 구입한 것보다 예쁜 것을 보게 될 때면 마음이 살짝 그러할 때도 있다. 꼭 필요한 필수품이 아니고서는 사지 말아야지, 그 시간에 조금 더 알차게 보내야지 하면서도 어느덧 방심하는 틈을 타서 이것저것 기웃거리게 된다. 이것 역시 몸에 잘 새겨야 할 일이다.
목적지를 향해 가지 말고 가는 길을 즐기자면서 걸어가는 길에 누가 뒤에서 따라오기라도 하는 냥 얼마나 빨리 걸었던지 그 길에서 본 것들이 생각나질 않는다. 그렇게 천천히 한걸음 두 걸음 느끼며 걷자고 다짐했건만 결국엔 내 달음 치듯 그리 걸어버렸다.
천천히, 더 천천히 삶을 살고싶다.
오늘 하루 뭐했는지 정신차려보니 침대에 누워 자기 전에 천장을 보며 '벌써 하루가 갔네'라며 살아왔으니 이제는 그만 천천히 살아가고 싶다. 몸에 벤 습관들을 털어내려면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고 지금이 그 습관을 털어내기 위한 연습의 시간들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