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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Jan 04. 2018

좁아터진 마음

지금까지의 직업은 프리랜서(분야는 생략)이기 때문에 일이 있을 때에는 있고 없을 때에는 없다. 일이 없을 때에는 모아둔 돈으로 생활해야 하기에 정말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는다. 그러니까 집순이인 나는 나갈 일이 딱히 없으니 옷이나 뭐 그런 것도 살 필요가 없어서 생활필수품과 먹는 것에만 지출을 한다. 최근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사던 먹는 지출도 줄여서 정말 먹고 싶은가를 여러 번 되뇐 후 웬만하면 넘어간다.


강식당을 재미있게 보신 부모님이 다음날 돈가스를 먹자며 부르셔서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사람이 많았지만 구석 한쪽에 자리가 있어서 기다리지 않고 앉을 수 있었다. 마지막 자리였어서 우리 다음으로는 기다리는 사람들이 생겼다. 뒷자리가 났고 그 자리에는 한 아주머니와 초등학생 즈음되어 보이는 두 아이가 앉았다. 아주머니는 빨리 주문해야 빨리 나온다며 앉자마자 직원에게 세트 하나를 주문하셨다. 아이들이 4~5학년은 되어 보여서 하나만 주문하셔도 괜찮을까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주머니는 나는 괜찮으니 많이 먹으라며 아이들에게 우동과 돈가스를 챙겨주고 계셨다. 그 모습이 그리 좋아 보이진 않았다.


생활용품이 필요해서 마트에 들렀다. 섬유유연제를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세탁세제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라면도 들었다가 이미 있는 네 종류의 라면이 생각나서 내려놓았다. 팟타이면을 들었다가 굳이 먹을 필요가 있나 싶어 내려놓았다. 이것저것 들었다 놓고는 해바라기유 하나만 사서는 돌아오는데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났다.


나는 무슨 자격으로 그 아주머니 흉을 본 걸까. 분명 사정이 있거나 배가 부르셨을 수도 있는 건데 내가 뭐라고 그리 생각했던 걸까. 나 역시 들었다 놓기를 여러 번. 아직 남아서이기도 하지만 아끼자는 생각도 컸다. 그 모습 역시 누군가에게는 유별나 보일 수 있었던 건데... 마음속 깊이 죄송한 마음이 일었다. 분명 아름답게 바라볼 수도 있는 한 장면이었다. 아주머니는 괜찮으니 아이들에게 음식을 챙겨주는 그 모습은 아름다웠어야 했다. 정작 못난 시야를 가진건 나였다. 다행이었다. 그 아주머니 생각이 나서. 내 못난 시야가 들통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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