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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May 12. 2023

설레지 않으면 버리라는 말이 왜 내겐

'설레면 사라'로 들리는가



세계적인 정리 컨설턴트 곤도 마리에는 <정리의 >에서 버릴 물건과 남길 물건의 기준을 '설렘'이라 다. 다소 감성적느껴지는 이 기준은 그의 첫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서부터 버리기와 정리를 추구하는 미니멀이프 열풍의 시작이 다. 옷장, 서랍, 창고에 있는 물건을 모두 곳에 모은 후 하나씩 물건과 교감하며 버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한다. '설레면 남기고 설레지 않으면 버린다.'



렇구나! 내게 물건이 많은 건 '렘'때문이었. 옷은 계절 바뀌면 골라내고 책은 일 년에 한 번 정리한다. 버려도 버릴 게 생기는 순환이 의아했는데 이유가 설렘이었나. 보세요 버린 만큼 다시  그런 거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그릇을 보면 설렌다. 38층 높은 곳에 살아 흙 기운이 부족선지 백자 청자빛 그릇 보면 마음이 설렌다. 묵직하게 반짝거리는 유기그릇에 설렌다. 나는 그릇과 음식의 조화만큼 그릇을 오브제로 즐긴다. 눈길 가는 곳에 놓아둔다. 나는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좋다.



내 강아지어울릴 옷 보면 설레고 딸아이 신으면 이쁠 신발 설렌다. 봄바람 살랑 불 때 입으면 좋을 원피스, 갈 곳도 없는데 설렌다.  꽃 집 보이 호떡집 지나면 코부터 설렌다. 어느새 한 손엔 작약 다섯 송이 다른 손엔 호떡 한 봉지 쥐어 있다. '설레지 않으면 버리'는 말이 왜 게는 '설레면 사라'들리는가.



플릭스 영화 <미니멀리즘:오늘도 비우는 사람들>에선 보다 실용성에 접근한다. 우선 모든 물건을 하나도 남김없이 박스에 넣는다. 찾기 쉽게 주방 거실 서재 혹은 옷 화장품 신발 등으로 분류하여 담는다. 그 후 필요한 물건이 생길 때마다 하나씩 상자에서 꺼다. 한 달이 지난 뒤 박스에 남은 물건은 필요 이상의 물건이다. 버린다. 


부부 건축가로 유명한 임형남 건축가 역시 같은 말을 한다. 살던 집에서 나오는 시간과 들어갈 집이 비는 시간이 맞지 않아 살림의 70% 정도를 이삿짐센터 창고에 맡기고 방 한 칸을 빌려 석 달을 살았다 한다. 놀랍게도 일상에 아무 불편이 없었다고. 그때 문득 '그렇다면 맡긴 짐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내겐 몇 개의 물건이 상자에서 탈출할까 궁금다. 런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있는 우리나라는 한 달 안 썼다고 버릴 수 없는 물건이 다. 명절 쇠고 제사 지내니 일 년에 두세 번사용지 않지만 꼭 필요한 살림다. 손님 오면 내어 드릴 이불 여분 필요한데, 핑계일까? 어쨋든 이 방법은 내게 너무 과격하군.



여기서 한 차원 더 높게 접근하신 분은 단연 법정스님이시다. 스님은 난초를 선물 받아 애지중지 정성을 다해 기르셨. 어느 날 난초 때문에 외출조차 자유롭지 못하게 되고 일상이 난초 중심으로 돌아가는 걸 깨달으셨다. “나는 이때 온몸으로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절히 느끼게 되었다. 집착이 괴로움인 것을. 그렇다, 나는 난초에게 너무 집념한 것이다.”(법정, <무소유 >25쪽)



적게 소유하였도 그것에 집착하면 무소유가 아니라는 말씀. 미니멀을 넘어 진정한 고수의 경지시다. 그러고 보니 내겐 매우 하는 강아지까지 다. 이, 총체적 난국이.


아파트를 만든 건축의 대가 르 꼬르뷔지에는 말년에 4평 오두막을 짓고 살았다. 그가 어머니를 위해 직접 설계한 집은 단출하여 편안하고 소박하여 아름다웠다. 그래 나도 저 살아야지. 저렇게 단정하게 살아야지 하다 피아노 악보를 비 조명맘에 들어 것과 비슷한 조명을 샀다.  개가 왜 이 모양인가.



적게 소유하는 것은 지구와 환경과 타인에 대한 예의다. 간디는 소유가 범죄로 느껴진다고 했는데 진실로 우주적 세계관이 아닐 수 없다. 물건을 사기 위해 돈을 벌고 그것을 관리하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낭비하는 어리석은 일은 그만해야지 오백 열두 번째 다짐해 본다. 깨달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헛 것이다 되뇐다.



분리수거도 해야 하고 큰 짐은 돈을 줘야 버릴 수 있는 시대.  공유의 개념이 확산되고 구독과 렌트가 일상인 사회가 다가왔다. 나눠 쓰고 고쳐 쓰고 물려 쓰고 빌려 쓰고 같이 쓰는 세상. 에어비앤비처럼 주택도 공유하는 시대가 아닌가.



내 주위 말끔하게 정리하고 싶다고 마구잡이 갖다 버리는 것도 이기적이다. 현명하게 나누고 다시 쓰고 같이 쓰는 방법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겠다. 우장바구니에 넣어둔 원피스부터 삭제. 어이 거기 오른손 떨지 말고 삭제. 옷과 책 그리고 미련을 못 버리는 그릇눠 쓸 곳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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