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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밤이 Sep 17. 2023

일기

9월 10일 ~ 9월 16일



9월 10일


'왜 언제나 자신을 위해 쓴 글이 타인을 위해 쓴 글보다 나을까.'

ㅡ영화 <파인딩 포레스트>







9월 12일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좋아했던 건 "나랑 같이 비엔나에서 내려요" 란 제시의 말을 듣고 따라 내린 셀린때문이었다. 우연의 형식으로 다가온 필연을 눈치채고 무모함을 찬란한 기회로 만드는 사람. 나는 어느 쪽이냐면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에 나오는 프란체스카다. 인생에 단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감정이라 확신하면서도 생각이 많다. 주저한다. 결국 신호대 앞에서 기다리는 로버트를 놓치고 평생 그리워만 한다. 이성 간의 사랑으로만 해석하지 말지니 저지르며 살아야 한다. 못 그럴 이유가 무엇인가.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명상록







9월 13일


함께 글쓰기를 하고 있다. 함께하기로 했을 땐 나의 나태가 함께하는 타인에게 분명히 전해진다 생각한다. 같이 읽고 쓰고 격려한다. 목적 없는 글쓰기지만 글은 스스로의 생명력으로 어딘가에 다다를 것이다.







9월 14일


중1아이에게 '꼬인 위치'에 대해 가르쳤다.


"그러니까 공간에서 두 직선의 위치가 평행하지도 만나지도 않을 때 꼬인 위치라고 한다."


"아, 저 알겠어요 쌤. 그래서 쟤랑 저랑 꼬였나 봐요"


"............. 웃으라고 한 말이냐 지금. 꼬인 위치가 만만해?"




나중에 생각해 보니 웃겼다. 평행하지도 만나지도 않는 사이. 아, 꼬인 관계란 그런 것인가. 보기보다 똑똑한 녀석이었다.








9월 15일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건 욕심이 아니다. 글을 잘 쓰지 못해 괴로워하는 순간 욕망으로 변모한다.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자신의 이상형을 마음에 만들어놓고 다그치면 안 된다. 노력이란 야단치며 하는 게 아니라 달래 가며 하는 것이다. 지키기로 한 목표는 이룰 수 있는 것으로 시작해라. 결심한 후엔 핑계 대지 말고 그냥 해라.


법륜스님 말씀을 풀어쓰다.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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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의 장군이. 내 사랑을 받아줘 장군아









누워서 책을 보면 발치에 기대 눕는다. 바라본다. 나보다 나를 더 많이 바라보는 장군이.



이번 주엔 비가 많이 내렸다. 책상에 앉으면 보이는 창. 서서히 단풍이 들겠지.



지난 7월말에 다녀온 미황사에 대해 쓰다 꺼내본 그림. 종무소에서 받았다. 지도가 아름다웠다. 돌아오는 날 대흥사에 들렸는데 미황사의 아담한 따뜻함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대웅전 천장에 그려져 있다는 천불상 일부. 지금은 공사중이다. 부처님이 천분이시라 세번 절하면 삼천배가 되어 소원이 이뤄진단다. 불심에도 꼼수가 있나보다.


경내 있는 약수. 손도 씻고 받아 먹기도 한다. 정수기가 없다길래 생수를 사 갔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박하경 여행기 안내문. 명상하는 곳은 자하루다.  오른쪽은 자하루 내부. 단아하고 아름다웠다.


책상에 앉으면 저리눕는다. 진득하니 쓰지 못하는건 장군이때문이다. 이깟 잡문 쓰려고 애를 저렇게 두나 싶어 일어나게 된다. 고만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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