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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May 29. 2022

인생은 빙판 위 스케이팅

인생의 정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출입구 문 한쪽을 부여잡고 빙판에 발을 올린다.

미끌~ 휘청~~ 휴우....

벽에서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간다. 엉덩방아 찧는 게 싫어서.

있는 대로 잔뜩 긴장한 몸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렇게 걸어만 다니려면 왜 빙판에 올라온 건지.

벽과 얼음과 씨름하고 있는 나에게 딸이 와서 말한다.


"엄마, 넘어져도 괜찮아."


피식, 웃음이 났다. 온몸을 조여오던 긴장이 스르르 고삐를 풀었다.

그래 넘어져도 괜찮다는 거 이미 알잖아.

넘어지고 일어나고 다시 천천히 걷고 계속 걷다 보면 얼음을 슥슥 밀며 바람을 가르는 날도 온다는 거 알잖아.

넘어지지 않으려고 내 발만 보고 걸었다. 내 걸음이 내딛는 그곳만 보고 나아갔다.


힘이 조금 빠져 살짝 여유로워진 틈을 타 멀리 내다보았다.

물론 한 손은 여전히 벽에 의지하고 있었지만 조금 떨어진 앞을 보고 발을 뻗으니 더 안정적이었다.

미리 나아갈 길을 머릿속으로 그리고, 

그린 것처럼은 아니지만 더 넓게 바라보니 더 편안했다.

그래, 멀리 보고 가야 한다는 거 이미 알잖아.



얼음 위 스케이트를 타며 꼭 이 빙판이 우리 인생의 길 같았다.

인생이란 넘어지고 일어나고 실패를 디딤돌 삼아 조금씩 걸어 나가는 것.

인생이란 내가 있는 곳만 바라보지 말고 멀리도 보고 옆도 보고 가끔은 뒤도 돌아보는 것.

이미 정답을 알면서도 그렇게 스케이트를 타지 못하는, 그렇게 인생을 나아가지 못하는 나.



딱 열 바퀴만 그렇게 돌아보자고 다짐했다. 정답처럼 딱 열 바퀴만 해보자고.

한 바퀴, 두 바퀴,,,,,,열 바퀴.

벽을 부여잡고 벽 없이는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아장아장 빙판을 걷기만 하던 내가

스케이트 날을 살짝 밀며 두 손을 흔들며 마지막 바퀴를 돌았다.

빙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했던 내가, 빙판 너도 꽤 괜찮은데 하며 느끼고 있었다.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몇 번 벽에 의지했지만.



인생의 빙판에서도 또 다시 돌아본다.

휴우~ 몸에 힘을 빼고, 나를 믿고, 실패를 맛볼 준비도 하고, 멀리 보며.

언제 가는 이수지 작가의 『선』이라는 작품 속 주인공처럼

트리플 악셀도 마구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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