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보다는 가심비
시계는 오전 8시 반을 가리킨다. 아직도 학교로 떠나지 않고 꾸물거리는 아이를 보면 답답함이 밀려온다. 괜히 나까지 늦는 기분이다. 얼른 나가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더 바쁘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여유롭게 인사하며 집을 나선다. 재잘재잘 소리가 점차 줄어들고 고요한 적막감이 온 집에 내려앉으면 그제야 나는 부랴부랴 짐을 챙겨 떠난다. 그리 멀리 있는 곳은 아니지만 가끔 예기치 않은 일 때문에 이동 시간이 배로 걸리는 경우가 있다. 시간 엄수는 강사의 첫 번째 덕목이기에 엑셀 레이트를 힘차게 밟아본다.
급한 마음에 혹여나 과속 단속 카메라에 찍히지는 않았나 걱정도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주차장에 들어섰는데... 이런 주차 할 자리가 없다. 곧 강의 시간이 임박해 오는데도 여전히 나는 도서관 주변을 뱅글뱅글 돌다가 겨우겨우 말도 안 되는 곳에 주차를 하고는 강의실로 뛰어간다.
'하,,, 그냥 비대면으로 진행할 걸 그랬어,,,,괜히 고집부려서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출근하며 지쳐버린 몸과 마음을 이끌고 강의실로 들어서자마자, 나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는 수강생 분들의 얼굴이 보인다. 마음속에서 아지랑이를 피우던 후회와 자책이 사그라든다. 강의할 때마다 거는 주문, '나는 최고의 강사다!라고 되뇌며 이내 즐겁게 강의를 시작한다. 마음의 손길을 나도 뻗어본다.
창의책놀이지도사 과정은 책놀이를 실습하는 과정이고, 자격증 취득과정이다 보니 대면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더 많은 그림책을 소개하고 적용하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는 대면 수업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나는 모든 수업이 대면인 것을 좋아하지만) 모둠별로 하는 활동도 온라인 강의에서는 직접 해보기가 어려웠다. 함께하는 작업도 꼭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도서관에서는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코로나에 더욱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또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덜 받는다는 점에서 수강생들이 더 선호한다는 여론이 있기도 했다. 여기에, 도서관 내 주차공간도 좁아서 담당자분은 온라인 수업을 계속 말씀하셨다. 하지만 나름 줏대 있는 녀자인 나는 대면 수업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요청드렸다.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온전히 내가 선택한 길임에도, 그럼에도 출근길은 여전히 험난하다. 강의를 하러 가기 위해서, 내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여야 하고, 또 직접 운전하고 가느라 치솟는 기름값에도 지갑을 열어야 한다. 직접 간다고 해서 강의료를 더 받는 것도 아니고, 내가 이렇게 마음을 쓴다고 해서 누군가가 상을 주고 보답을 해주지도 않는데 말이다.
하지만, 강의실에 들어서서 사람 대 사람으로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내 마음은 사르르 녹고 만다. 지난 수업은 자신의 성격을 찾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다.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렵고, 조리 있게 말하기가 안 되어 늘 발표하는 게 망설여진다는 한 분. 유난히 오래 기억에 남았다. 그분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눈동자는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수업을 끝까지 잘 끝내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데, 무언가 모를 단단함도 느껴졌다. 내가 꼭 손잡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시간이었다.
이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도 가능했을까? 흔들리는 마음을 바로 눈치채고 포근히 다가갈 수 있었을까? 그리고 더 많이 발표하고 이야기하게 끔 손잡아 줄 수 있었을까? 아니 대면 강의라서 가능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대면 강의를 좋아한다. 다음번에도 택하라면 당연히 대면 강의를 택하리라.
어떻게 보면 대면 강의는 나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기에 가성비는 떨어진다.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놓아주는 작은 돌다리가 되고, 강사인 나에게도 웃음을 주고 하루의 생기를 불어넣어 준다.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그야말로 가심비 하나는 끝내준다.
가성비보다는 가심비가 좋은 대면 강의가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