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는 말이죠.
요즘도 대학교에 동아리가 있나요?
라떼는 말이죠. 사진 동아리, 봉사동아리, 종교 동아리 등등 다양한 동아리가 있었지요. 사실 제가 학교에 다닐 때는 학과에서 연계된 전공 동아리가 더 활발히 활동을 하던 때였답니다. 신문방송학과인 저희 학과에도 방송을 만드는 과 동아리가 존재했었죠. 하지만 저는 대학에 들어가면 중앙 방송국에 꼭 들어가 내 목소리를 교정에 울려 퍼지게 할 거란 포부를 안고 입학을 했기에 과 동아리를 제쳐두고 대학 방송국에 지원을 했답니다. 사실 웬만하면 다 뽑아주는 시스템이지만, 나름 면접까지 치르고 합격하여 들어간 곳이었어요.
대학 방송국이란 곳이 엄청나게 기강이 센 곳이었답니다. 선배님 선배님 극 존칭은 물론이고요, 수습기간에는 새벽 6시에 함께 모여 열과 발을 맞추어 모래사장을 달리고, 7시에는 방송국으로 돌아와 냄비밥을 직접 지어먹고는 각자의 강의를 들으러 떠났지요. 방송국 탕비실에 퍼지는 타는 냄새는 고소하면서도 쌉싸름하고, 아주 가끔은 달콤하기도 했어요. 혹독한 수습 기간을 잘 버텨내고 맞닥뜨린 신입생 환영회에서는 사발에 온갖 술을 담아 나누어 먹기도 했더랬죠. 나름 악으로 깡으로 술을 먹던 저는 열명이 조금 넘었던 동기들 중에서, 남자 동기 둘을 제치고 뒤에서 두 번째에 서서는, 꽤 많이 남은 술을 꽤 많이 흡입을 하고서 마지막 주자인 남자 동기에게 넘겨주기도 했어요.
신고식을 치르고 나서 정식 방송국원이 되어서는 열심히 방송을 만들었죠. 아침에는 누구보다 이른 시간에 학교로 나와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방송을 했지요. 공강 시간에는 노래방에 가는 대신 (물론 노래방 가는 날도 많이 있었습니다) 방송국으로 뛰어가 교내 뉴스를 진행했고, 해가 저물어가는 오후에는 데이트 대신(물론 데이트도 많이 했겠지요?) 스튜디오에서 노을이 지는 음악을 틀며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하곤 했지요. 밤늦은 시각에는 소주 한 병 거하게 들이켜고 서도 컴퓨터에 앉아 대본과 콘티를 써 내려갔어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방송을 만들고 정열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요.
그런데 막상 대학 4년을 마치고 사회에 나가려니 이 동아리 활동이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고요. 오히려 방송에 나갈 음악을 선곡할 시간에 자격증을 취득하고, 스튜디오에서 뉴스 억양을 연습할 시간에 도서관에서 토익을 공부하고, 다른 학교에 방문해 가요제와 방송제를 홍보할 시간에 인턴으로 근무한 친구들에게 더 화려한 기회의 문이 더 많이 열리는 것 같았습니다. 후회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아쉬웠어요. 대학 생활 동안 땀과 정성을 쏟은 일들이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취업을 하고 저는 알았습니다. 동아리 활동이야 말로 작은 사회생활이었다는 것을요. 함께 발을 맞춰 달리기를 하고, 낯설고 어려운 공간에서 힘을 모아 다양한 맛의 밥을 짓고, 어려운 문제는 함께 나누어 마시는 일이 직장에서, 사회에서 수도 없이 일어난다는 것을요. 지식과 능력만으로 살아가는 게 인생은 아니잖아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닌 것처럼요. 좋은 회사의 입사가 나의 인생의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서로의 땀방울을 어떻게 버무려야 냄새가 고약해지지 않고 어우러져 고유한 향이 나는지를 저는 동아리를 통해 배웠거든요.
코로나로 인해 전공 강의 조차도 온라인으로 이루어지곤 했지요. 대학생활의 낭만이 무엇인지, 꿈에 그리던 캠퍼스 커플은 무엇인지 느껴보지 못한 새내기들도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입학하고 아무것도 못했는데 벌써 2학년, 3학년. 취업의 압박으로 아무것도 못하고 도서관에서 흘러만 가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면 저는 동아리 활동을 권하고 싶어요. 분명 아직도 대학 캠퍼스 어딘가에는 낭만이 숨 쉬는 동아리가 있을 거라 믿어요. 그곳에서 작은 사회를 느끼고 경험하세요. 책에서 얻어지는 지혜도 좋지만요, 내가 경험해 보는 것만큼 좋은 일은 없으니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좋아하는 사람들과 달콤 쌉싸름한 시간을 쌓아가기를 권해봅니다.
혹시 알아요? 그곳에서 운명의 짝을 만날 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