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우리를 연결해 준다
11회 차 수업을 끌고 가다 보면 중간지점이 가장 힘들다. 처음에 수업에 참여하셨다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 방향에 내리 참석하지 않으시는 분도 있고, 아예 처음부터 접수만 했을 뿐 얼굴도 모른 채 출석부만 마주하는 경우도 있다. 또 여의치 않게 사정이 생겨서 못 오시는 분도 있다. 그리고 늘 출석을 하다가도 유난히 모두들 결석을 하는 그런 날이 있다. 그날이 아마도 오늘이었나 보다.
오늘따라 선글라스를 챙기지 않은 덕분에 아침부터 눈물을 콸콸 쏟으며 도착한 도서관 강의실에는 온기가 없었다. 안 그래도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무도 없는 텅 빈 강의실은 냉랭했다. 불을 켜고 전자기기에라도 생명을 불어넣으며 나는 온기가 돌기를 기다렸다. 곧이어 다행히 한분이 오셨다.(강의나 모임이나 늘 느끼는 거지만, 한분만 오시면 '됐다! 할 수 있다'하는 마음이 들지요, 1등 출석 감사합니다) 하지만 큰 강의실에 온기를 채우기에는 조금 부족했다. 수업이 시작한 지 십여분이 더 지나서야 몇 분이 더 오셨다. 그제야 커다랬던 강의실이 조금은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비록 평소 참여하시는 분들의 인원수보다 적은 숫자였지만 그래서 나는 오늘이 더 좋았다. 우리는 서로의 인생 책에 관한 이야기를 했다. 인생 책이라는 명칭이 부담스럽고 어려워 한참을 고민했다고 하시면서도 몇 권씩이나 골라오신 분도 계셨다. 그리고 자신의 인생 책을 소개하는 선생님들은 모두 행복한 스토리 텔러였다. 책마다 왜 그 책을 선택했는지 어떤 사연이 얽혀있는지 추억이 방울방울 묻어나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힘들 때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준 책, 공감해 준 책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고, 결혼 전 남편에게 선물 받은 책(제목이 하물며 '끌림'이랍니다. 완전 운명적이죠?)과 결혼 후 아들에게 선물 받은 책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다. 딸에게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을 가져오신 분도 계셨고, 또 책을 빌려서 읽다가 소장을 위해 구매했다며 책을 다 읽는 게 아까와서 조금씩 조금씩 귀하게 읽는다는 책도 가져오셨다.
수업이 끝나고 나는 어느 때보다 마음의 온기가 가득찼다. 아니 온기가 돌다 못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평소보다 적은 인원이 수업에 참여하셨지만, 우리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각자의 인생 책에 얽힌 사연들을 공감했다. 또 어쩌면 앞으로 같은 책을 볼 수도 있다는 기대에 흥분되었다. 내가 느낀 것을 다른 사람도 느끼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훨훨 타올랐다.
서로 같은 책을 보고 나누는 행위가 얼마나 힘이 있는지 매주 강의마다 느낀다. 우리는 매주 한 권 이상의 같은 책을 보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니까. 그럼에도 오늘, 공통의 책 한 권을 넘어, 각자의 책을 소개한 것은 서로의 인생 일부를 드러낸 것 같아 더 강력하고 따뜻했다. 생각지도 못한 같은 취향을 만나서 반가웠고, 나만의 세계에서는 볼 수 없는 다른 취향을 만나서 흥미로웠다.
같은 책을 읽었다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끈이다.
By. 랄프 왈도 에머슨
우리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음,,, 근데 저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겠죠?) 아직 같은 책을 완독 하지 못해 촘촘하지는 않은 조금 느슨한 사이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의 끈으로 촘촘히 둘러싸인 날이 언젠가 오리라 생각한다.(우리 모두 서로의 인생 책을 수첩에 기록했기에) 책을 통해 서로 연결되는 시간, 책으로 웃고, 말하고, 나를 드러낼 수 있어서 참 좋다. 참 좋다는 말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게 아쉽지만 말이다.
+혹시 촘촘하게 둘러싸인 끈에 함께 얽히고 싶으시다면 이 책들을 읽어보시길!
우리들의 인생 책
『끌림』(2010) 이병률/ 달
『삶의 모든 색』(2021) 리사 아이사토/ 길벗어린이
『어린 왕자』생텍쥐페리/ 인디고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요조, 임경선/ 문학동네
『당신이 옳다』정혜신/ 해냄출판사
『타이탄의 도구들』팀 페리스/ 토네이도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찰리 맥커시/ 상상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