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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08. 2022

오늘 여유시간이 생긴다면

나는 또 그곳에 갈테다.

지난 금요일 실로 오랜만에 여유시간이 생겼다. 굳이 읊어 보자면 월요일에는 강의를 듣고, 화, 수요일에는 오프라인으로 출강을 하고, 목요일에는 온라인으로 강의를 한다. 프리랜서의 일과는 강의 시간만 일을 하는 것이 아니기에 수업 준비하랴, 수업한 내용을 복기하며 과제하랴 하루하루 바쁨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시간을 내어 처리해야 하는 집안일을 금요일에 처리하곤 했다. 그날도 물론 해야 할 집안 사무가 있었지만, 나는 무조건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 영화관을 갈까? 쇼핑을 갈까? 서점 나들이를 갈까? 고민 고민하다가 결국 내가 택한 곳은 매주 2,3번씩 가는 도서관이었다. 또 도서관이라니. 아마 신랑이 들었다면 그렇게 공부했다가는 서울대 갔을 거란 말을 또 했을 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도서관이 가장 끌렸다.



시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뿌듯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곳이었기에. 내가 일주일에 두, 세 번씩 들르는 도서관의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니 마치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해야 까나리 액젓을 먹지 않는 예능 프로그램 마냥, 아이들 하교 시간 전에 필요한 책만 착착착 찾아야 하는 신세였다. 도서관에 앉아 느긋하게 책 보는 그림이 너무나도 부러웠다. 멋진 통창 뷰를 만끽하며 내가 원하는 책을 읽는 즐거움을 나도 맛보고 싶었다. 그러고 보니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곳인데, 그곳에 가서 책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책을 찾기만 했었고, 책을 빌리기만 했었고, 책이 아닌 문제집을 펼쳐 공부하는데 열중했었다. 도서관의 본연의 모습을 그 정서를 느껴보고 싶어,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도서관에 도착해서는 어린이 열람실에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쌓아 놓고 하나씩 펼쳤다. 한 장 한 장 그림을 만끽하고 그중에서 다시 보고 싶은 책을 골라 대출을 했다. 문헌정보실에서는 요즘 내가 관심 있는 책 딱 한권만 대출했다. 이것저것 보고 싶은 것을 들추다 시간이 다 가버릴 까봐 마음을 끄는 한권만 택해서 데려왔다. 그리고는 통창 뷰 사이사이로 햇살이 스며든 자리를 찾아 그 의자에 앉았다. 조용한 침묵 속에서 책을 펼쳐 들었다. 나는 훅, 책의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 아, 이런 기분이구나. 도서관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목적 없이,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 가는 도서관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한데, 직접 그 일을 하고 보니 매력에 매료되는 듯했다.

갑작스러운 여유시간에 무엇을 할까 고민하고 있다면 단연코 도서관 방문을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넓은 책상 위에서 졸린 눈을 비벼가면서라도 책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색다른 경험과 색다른 메세지를 내게 전달해 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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