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책 말고 '우리 책'

우리 2탄 만들게 해 주세요.

by 책닮녀

오랜만에 출판사 대표님을 만났다. 지난여름, 출판사의 새로운 에세이 출간을 축하하며 참석한 북 토크 이후 계절이 바뀌었고, 또다시 계절이 바뀌려는 찰나에 우린 재회했다. 이번에는 나의 글이 책으로 탄생하기 위한 작업을 하려고 만났다. 책 속에 들어갈 사진을 찍기 위한 만남이었다. 대표님과 사진작가님 그리고 나, 우리 셋은 모두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지만 본캐는 엄마이기에 아이들을 학교와 유치원에 보내 놓고서야 일터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다시 아이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수다 떨 시간도 없이 정신없이 일에 몰두했다. 그리고 주어진 시간 안에 작업을 마쳤다. 사진작가님과는 처음 만난 날이었지만, 마지막 날이 될 수도 있었다. 책 사진 작업을 위한 만남이었기에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미지수였으니까. 시간 안에 일을 해내느라 마칠 때가 되어서야 통성명을 하고는 나는 인사를 건넸다.



"기회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또 보면 좋겠어요."

몇 시간 동안의 땀 냄새를 공유한 우리는 처음보다는 훨씬 어색하지 않게, 마음을 담은 눈빛을 나누었다.

"저는 이미 인스타에 팔로우가 되어 있어요."

사진작가님은 오늘의 작업을 위해 나의 계정을 미리 방문하셨다고 했다. 앞으로도 계속 인연이 될 거라는 말 같아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진작가님과 나의 대화를 듣고 있던 대표님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셨다.

"2탄 나오면 또 봐야죠. 그림책 에세이 2탄이요."

우리는 다 함께 웃으며 그러자고 기분 좋은 안녕을 하고 헤어졌다. 한바탕 웃으며 기분 좋게 헤어졌지만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한동안 뭉클한 가슴을 부여잡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2탄이라니. 요즘 출판업계가 불황이다. 어디 출판업계만 그러겠냐만 출판업계 중에서도 특히 에세이 시장은 더 치열하다. 에세이는 전문가가 아니어도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다. 시장은 좁은데 책은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 나온다. 그야말로 출판계의 정글 중의 정글. 내 글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자신이 없어서가 아니다. 애정이 없어서가 아니다. 먹고 먹히는 정글 속에서 살아남기에 나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가 라는 물음표 앞에서는 늘 작아진다. 나보다 훨씬 유명한 인플루언서, 작가, 셀럽이 쓰는 에세이들도 힘에 겨울 때가 있는데 하물며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대표님이 혹시 나의 손을 잡은 걸 후회하지는 않으실까, 나보다 더 유명한 사람, 의미보다는 잘 팔리는 글을 원하지는 않으실까? 의문이 들곤 했다. 그런 나에게 2탄을 말씀하시다니. 감동이었다.




대표님께 감사한 내 맘을 표현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2탄이라는 영광스러운 단어를 말씀해주셔서 감동이었다고. 그러자 오히려 함께 해주어서 감사하다고, 꼭 잘돼서 2탄도 만들자는 답장이 곧바로 도착했다. 꽤 많은 곳에 투고를 했었고, 지금의 출판사를 제외하고도 몇 군데 연락이 오기도 했었다. 어떤 출판사에서는 딱딱 정해진 계약 내용을 나열하며 어떻게 책을 만들지 정보만을 남겨주었다. 물론 투고한 작가로서 그것도 참 고마운 일이다. 나의 글을 마음에 들어 했다는 것만으로도, 아니 내 글을 읽고 이렇게 반응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 하지만 나는 지금의 나의 출판사에 유독 끌렸다. 대표님의 글투가 좋았고 왠지 모르게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사람 같아서였다. 책을 만드는 작업을 하면 할수록 나는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구나 생각한다. 한 권의 책을 제품 만들듯이 찍어내는 게 아니라, 하나의 작품을 이루어내려고 애쓰는 모습이 나에게 믿음을 준다. '역시 나는 운이 좋아'를 외치게 된다는.(요 말이 궁금하다면 운이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 (brunch.co.kr)을 참고하시길)



내가 글을 쓰고 내 이야기를 담은 책이지만, 내 책이 아니다. '우리' 책이다. 대표님과 편집자님과 사진작가님과 또 예쁘게 디자인해줄 디자이너님과 인쇄소의 소장님과 함께 만들어갈 책이다. 그리고 우리 책을 읽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줄 우리 독자들도 함께 만들어 나가는 우리 책.




그러니 책 나오면 많이 사주실 거죠? 음. 그러니까 책도 안 나왔는데 미리미리 영업하는 중입니다.

저는 사진작가님과 꼬옥 재회하고 싶거든요. 아직 못다 한 이야기가 많아서요.

미리 감사합니다^^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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