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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Nov 13. 2022

인터뷰어이자 인터뷰이로 살기

요즘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가요? 

지금, 바로 대답을 했다면 당신은 당신 자신에게 충만한 삶을 살고 있군요. 지금 내가 듣고 싶은 노래, 내가 좋아하는 노래, 내가 끌리는 음악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는 건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시시때때로 갖는다는 증거랍니다. 아, 이 단 하나의 질문으로 나에 대한 충만함을 판단하는 건 섣부른 판단이라고요? 그렇다면 요즘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바로 답이 나오나요?


아침의 신선한 공기에 매료되어 있나요? 아니면 오후의 따뜻한 가을을 만끽하고 있으신가요? 여전히 노란 물감이 하늘에 스며드는 어스름의 저녁을 좋아하시나요? 자신이 좋아하는 시간이 언제인지 알고 그 시간을 챙기며 살고 있나요? 이 질문에도 즉각 대답을 했다면 당신은 자신을 잘 살피며 생을 사랑하며 살고 있음이 확실합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알아봐 주세요. 때로는 변하지 않는 라이킷 목록도 있습니다. 저에게는 어스름의 저녁이, 혼자 먹는 맥주 한 모금이, 밤하늘의 쏟아지는 별이 그렇답니다. 10대에도 20대에도 30대에도 늘 좋아하는 것들이었죠.(앗, 맥주는 10대에서 제외된답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건 시간의 흐름과 함께 바뀌고 변하고 성장해가는 것이 더 많습니다. 어릴 적 저는 젝스키스에 목매는 젝키 덕후였지요. 댄스음악에 열광하며 안무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어요. 2014년 젝키 재결합 콘서트에서 꿈틀대는 댄스 본능을 참아내느라 애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엔 그랬더랬죠. 그런데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며 언제나 소음에 노출된 환경에서 살다 보니 조용한 음악만 찾게 되더라고요. 클라이맥스마저도 없는 아주아주 잔잔한 반주곡을 즐겨 들어요. 여전히 저는 조용한 음악을 찾아 듣습니다만, 최근에 이제는 초등학생이 된 자녀 덕분에 아이브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답니다. 저도 모르게 '유후 앤 아하~' 따라 부르고 있더군요. 문제는 그 부분 말고는 가사를 잘 모르다는 게 함정이지만요.



내가 좋아하는 것은 바뀌지 않을 수도 있고 바뀔 수도 있고 추가될 수도 있어요. 그러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자주 물어봐주세요. 내가 여전히 그것을 좋아하는지, 또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은 없는지, 나를 향한 질문을 게을리하지 마세요.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 수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틈틈이 챙겨주어야만 살 수 있어요. 달콤한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커피 한잔을 나에게 선물하고, 얼큰한 고추장을 푹 찍어 오이 고추를 와사삭 와사삭 먹기도 하고, 강렬한 비트에 몸을 맡기고 땀에 흠뻑 젖어보기도 하고요. 비 오는 날 땅을 적시는 비로 퍼지는 흙냄새를 안주 삼아 과실주 한 모금하는 시간도 가져보세요. 하루 5분 아니, 하루 5초 만이라도 나를 채워주는 시간을 갖는 사람은 행복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나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니 나를 자주 인터뷰하세요. 내 인생의 인터뷰어 이자 인터뷰이가 되어보세요. 나 자신에게 질문하며 아낌없는 관심을 표현해주세요. 궁금해 죽겠다는 듯 반짝이는 눈빛을 장착하고 물어보세요. 내가 하는 대답에 귀 기울여 주세요. 그 답을 기억해 마음을 담아 나를 위한 시간을 가져보세요. 나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사랑할 줄 압니다.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삶 속에서 행복을 맛보게 될 겁니다.






자, 그럼 이제 나를 인터뷰해볼까요?

최근에 가장 기뻤던 일은 무엇이 있었나요? 

다가오는 주말에 어디로 떠나고 싶나요?

나를 춤추게 하는 한마디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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