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닮녀 Dec 03. 2022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야구도 축구도 인생도

개인적으로 야구를 좋아합니다. 1점 1점 쌓아서 점수를 올려가는 것도 좋아하고요. 가끔 베이스를 훔치는 것도 비 신사적이라고들 말하지만 재미있습니다. 투수와 타자의 힘싸움도 큰 볼거리랍니다. 무엇보다 9회 말 2 아웃이라도 실낱같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 4점 차는 한 번의 홈런으로 흠씬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요기 베라 선수의 명언을 참 좋아합니다. 인생을 살며 힘들 때마다 계속 되뇌어 봅니다.



그런데요, 이 명언이 야구와 인생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더군요. 어젯밤 아니 그러니까 오늘 새벽, 우리 대한민국 태극전사들이 그리고 국민들이 보여주었어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것을요. 사실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게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실낱같은 희망을 다들 간직했을 겁니다. 우리의 그 간절함으로 꿈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전반 시작과 동시에 포르투갈의 득점으로 맥이 빠지긴 했습니다. 아직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쫓아가는 입장은 늘 힘드니까요. 그럼에도 포기가 안되더라고요. 딱 한골만, 딱 한골만 일단 넣자라는 간절한 마음이 두 손을 모으게 했습니다. 첫 골이 터지고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 결과가 들려오며 한 골이 더 절실해졌습니다. 정규 경기 시간이 끝날 때 마음을 토닥여야 했어요. 아, 이렇게 끝나긴 너무 아쉬운데 결국 또 잘 싸웠다만 되는 것인가 하는 짙은 아쉬움이 우리를 둘러쌌습니다.



화면에 추가시간 6분이라는 숫자를 보며 문득 야구 명언이 떠오르더라고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요. 제가 사랑하는 그 말이요. 맞아요. 우리에게는 아직 360초라는 시간이 있었어요. 골은 발끝을 떠난 단 1초만 있어도 만들어지니까, 그렇게 보면 정말 수많은 기회가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제발'이라는 단어로 주문을 걸며 숨죽여 경기를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또 보여주었습니다. 


첫 우루과이 전 경기를 앞두고 이변 뭐 그게 별건가요? (brunch.co.kr) 라는 글을 썼습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에게 일어났던 이변은 우리에게 일어나지 않더군요. 오히려 가나에게로 이변의 기운이 향했습니다. 제가 쓴 글인데 '이변 뭐 그게 별거 맞네!' 하고 괜히 뿔이 나더라고요. 오늘에서야 이 글이 조금 깜찍하게 보입니다. 이변 뭐 그게 별건가요? 그죠? 간절히 원하면 간절히 원하지 않는 이들을 언제든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을, 그런 초인적인 힘이 마음가짐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고요.




자, 이제 부터 또 시작입니다. 단 한 번의 승부로 결정되는 축구 게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으로, 꿈은 이루어진다는 마음으로, 우리 국민들의 간절함을 담아 응원을 보냅니다. 멋진 모습을 기대해요.



그리고 우리 잊지 말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사실을요.

야구도 축구도 인생도.



작가의 이전글 눈이 보고 싶어 눈을 반짝이며 두 손을 모으던 소녀처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