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하루에 몇 번씩이고 묻는다. 왜? 하늘은 왜 파란색이야? 겨울에는 왜 추워? 추운데 왜 눈은 안 와? 꼬리에 꼬리를 묻는 질문을 하는 아이를 보면 래퍼에 소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어 쇼미더머니에 출연시켜야 하나 고민이 될 정도다. 아이가 묻는 왜라는 질문에는 정답이 있는 것도 있고 때로는 정답은 없지만 대답만 있는 것도 있고 때로는 해답은 있지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모르는 척하는 것도 있다. 또 가끔은 솔직하지 못해서 할까 말까 망설여지는 것도 있다.
로라 바카로 시거의 그림책 『왜?』에는 곰과 토끼가 등장한다. 토끼는 곰의 행동이 궁금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신기하다. 새롭고 다양한 세상을 알아가고 싶어 하는 토끼는 곰에게 계속 묻는다. 꽃들에게 물을 주는 곰에게 왜 그렇게 하냐고 묻고, 밤하늘의 별을 망원경으로 보는 곰에게 왜 이걸로 보냐고 묻는다. 달콤한 꿀을 벌컥벌컥 들이기는 곰에게 왜 그렇게 많이 먹냐고도 묻는다. 꽃들이 자라려면 물이 필요해서 물을 주는 거라고, 별은 멀리 있어서 망원경으로 보는 거라고, 꿀은 달콤하니까 많이 먹는 거라고 곰은 답해준다.
곰은 세상이 궁금한 토끼가 묻는 질문에 열심히 마음을 담아 대답하지만 때로는 몰라서 대답을 못하는 것도 있다. 대답을 못해서일까? 곰은 어디론가 떠나려 하고, 그런 곰을 향해 토끼는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곰이 묻는다. '왜?'하고. 늘 자기가 하던 질문에 이번에는 토끼가 답을 할 차례다. 토끼는 잠시 망설이더니 솔직하게 말한다. "네가 보고 싶을 테니까."
어떤 질문에도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곰의 모습이 멋졌다. 닮고 싶었다. 아이들이 물으면 설명하기 곤란한 질문에는 '아빠에게 물어봐. 엄마는 잘 모르겠네' 하고 얼버무리기도 하고, '선생님께 물어보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내가 하면 되는데 누군가에게 떠넘기곤 했다. 가끔씩은 엄마라는 지위를 이용해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도록 틀어막은 적도 있었다. 그런 모습을 가진 내게 곰은 닮고 싶은 어른이었다. 토끼가 하는 질문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알맞은 눈높이로 솔직하게 대답을 했으니까. 허투루 듣지 않고, 알고 있는 그대로를 건네주었으니까. 하지만 그보다 더 멋진 대답은 토끼의 대답이었다. 비록 정답은 아니지만 진심을 담은 대답.
모르면 모른다고 진심으로 대답하고, 어려워도 내가 알고 있는 만큼 진심으로 대답하고, 내 속마음을 들키면 손해 볼까 봐 계산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진심을 드러내는 것. 토끼는 그렇게 하고 있었다. 곰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자기가 알고 있는 표현으로 그대로 담담하게 말했다. 토끼는 세상에 대해 아직 모르는 게 많지만, 그래서 그 순수함 덕분에 세상을 오히려 더 잘 느끼고 배우며 살아가는 듯했다.
우리도 어렵고 복잡하고 난해한 질문 앞에서 내 바닥이 드러날까 봐 마음 졸이고, 내가 입게 될 피해를 계산하느라 시간을 늦추고, 내가 상처받을 까 봐 괜히 빙빙 둘러말하지 말고, 곰처럼 모르면 모르는 대로 있는 그대로를 솔직하게 말하고, 토끼처럼 계산 따위는 하지 않고 내 마음을 드러내면 좋겠다.
아이는 오늘도 묻는다.
"엄마는 그림책이 왜 좋아?"
"그냥 좋아. 엄마가 너를 그냥 좋아하는 것처럼."
"아, 내가 엄마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래 정답이 아니어도 된다.
사랑해서 궁금한 마음이 담긴 '왜'와 사랑을 알려주고픈 '대답'이 만나면 정답이 아니어도 세상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솔직하면서도 다정하게 그렇게 대답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오늘도 그림책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