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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09. 2022

아이들에게 배우는 하루

진짜 어른답게 살고 싶다면

다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중이었다. 평소 장난치기 좋아하는 남편은 아들에게 발동을 걸기 시작했다.


"장미꽃을 입에 물고 무대를 내려와 사랑하는 여자 친구에게 무릎을 꿇고~"

여자 친구들 이야기를 유난히 부끄러워하는 아들의 약점을 이용해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며 놀려댔다.

"아니, 그만해. 아빠"

아들의 반응에 더 재미난 아빠는 상상에 상상을 더해 더더욱 장난을 걸었다. 결국 아들은 펑펑 울고 말았다.  미안한 맘도 들었지만 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신랑은 아이를 달래기보다는 그게 울 일이냐며 인상을 썼다. 차 안의 공기가 급격히 냉랭해졌다. 자기가 아이를 놀려놓고선 괜히 울려놓고선 화를 내는 모습에 화가 끓었다. 그때, 잠자코 지켜보던 큰 아이가 말했다.


"아빠. 그냥 미안하다고 말하면 되잖아."


딸의 팩트 저격에 민망해진 남편은 그저 헛웃음만 웃어댔다.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면 되는데,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수용하면 되는데 어른이라 그게 참 어렵다. 미안하다 말하면 지는 것 같고 괜히 위신이 떨어지는 것 같아 다른 화낼 거리를 찾게 된다.  딸이 남편을 향해 한 말이었지만 같은 어른인 나까지 얼굴이 화끈거렸다.



나의 행동에 다른 누군가가 상처를 입었다면 그 대상이 어린이라 할지라도 인정하고 먼저 사과를 건네면 된다. 전혀 어렵지 않은 방법을 두고 빙빙 돌아 다른 혼낼 거리를 찾아 떠도는 하이에나가 되지 말자. 어른도 어린이에게 사과해도 괜찮다. 그 행동이 부끄럽지도 이상하지도 않다는 걸 명심하자. 오히려 더 멋진 어른의 모습을 몸소 보여주는 것이란 걸 기억하자. 더 나아가 어른과 어른의 세계에서도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기를. 그래서 진짜 어른답게 살아가기를 한번 더 다짐해보는 오늘이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배우는 하루였다.

나의 선생님, 내일은 무얼 깨우치게 해 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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