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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12. 2022

뭐? 내가 MZ세대라고?

"국물 없어?"

 밥시간만 되면 국물을 찾는 남편에게 내가 말했다.

"으이구. 역시 늙었고만. 요즘 MZ세대들은 국물요리 안 좋아한다잖아. 그래서 마라탕보다는 마라샹궈, 라면보다는 볶음면이 유행하는 거래."

원래도 얼큰한 국물을 찾는 남편은 나이가 들 수록 마라샹궈보다는 마라탕, 볶음면보다는 라면을 선호했다. 국물 러버인 남편을 위해 얼마 전 사다 먹었던 순댓국 국물을 데워 내어 주었다. 그 옆에 나도 나란히 앉아 국물을 한 술 떴다. 



"어머. 뭐야 이 국물, 정말 맛있네. 역시 나도 MZ세대가 아니었어."

맛있는 건 참을 수 없기에 MZ세대인 척을 포기한 나는 입에 쫙쫙 붙는 국물을 계속 떠먹었다. 소주 생각이 간절했다. 꼰대라고 지칭했던 선배들처럼 나도 그렇게 늙어가는 느낌이었다.


"근데, 너 MZ세대야."

남편의 사뭇 진지한 말투에 순댓국 국물을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


"내가 무슨 MZ세대야. 나 아니야. 나는 끼인 세대지. MZ세대는 90년대 생부터 아냐?"

남편은 80년대 생부터 MZ세대라며 핸드폰을 뒤져 검색해 증거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봐봐.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되어 있잖아. MZ세대가 범위가 엄청 넓더라고."

"뭐? 내가 MZ세대라고?" 

"그래 회사에서도 얘기했는데 나만 아니더라고."

그렇게 말하는 79년 생인 신랑이 왠지 모르게 힘이 없어 보였다. 



"여보, 당신은 숫자가 80이라고 해도 꼰대 오브 꼰대야. 인정하지?"

남편은 부정할 수 없는지 괜히 접시를 들어 국물을 드링킹 하고는 '흐아'하는 아저씨 소리를 내며 식사를 마쳤다. 





내가 MZ세대라니. 사실 이 세대를 한꺼번에 지칭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듯 하지만 어쨌든 그 넓은 범위 어딘가에 살짝 발을 걸치고 있다니 좋았다. 평소에 나보다 어린 90년대생 동생들을 볼 때면 역시 MZ세대는 다르네 하며 특별하게 생각했는데- 몇 개월 돈을 모아 홀연히 해외여행을 떠나고, 주식 투자에 서슴없이 나서고, 때로는 손해를 보아도 별스럽지 않게 다시 또 새로운 투자를 하는-그런 모습이 나에게도 있었나 하며 찾아보게 되었다.



투자면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지역 채소 마켓을 열심히 애용하는 모습을 보면 공유의 문화를 가지고 있는 듯하고, 명품은 아니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아끼지 않고? 아니 아끼면서 나름 구매하는 것도 그들의 언저리와 닮은 듯하다. 또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열린 자세는 지금 이렇게 내 글을 읽어주는 모든 이들과 친구가 될 마음을 가지고 있으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가족과 공동체의 행복을 위해 희생보다는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그러니까 매번 딸에게 네 인생은 네 인생이고 내 인생은 내 인생이야라고 냉철하게 말하는 내 모습까지. 그러고 보니 '어머! 나 MZ세대 맞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나와는 다른 깨어있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한 단어에 내가 포함되어 한층 어려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좋았다. 하지만 사람을 세대로 나누어 보는 건 경제와 문화를 만들어가는 입장에서 조금 더 편리한 고지를 만들기 위해 고안해 낸 하나의 흐름이 아닐까? 조금 더 쉽게 부르고, 쉽게 마케팅하기 위해 그들이 만들어 놓은 것뿐이라는 걸 이제는 안다. X세대면 어떻고, Y세대면 어떻고, MZ세대면 어떠랴. 그냥 내가 살고 싶은 대로 나 나름의 생을 살아가면 되는 것을. (하지만, 여보. 당신은 평생 MZ세대가 될 수 없어. 알지? 나랑은 다른 세대라규)





자! 여기서 나는 MZ세대일까? 아닐까? 테스트 문제 하나 나갑니다.

MZ세대들이 쓰는 700은 어떤 뜻을 담고 있을까요?

힌트는 저는 저희 아들을 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으유~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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