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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17. 2022

착한 사람 말고 착한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매력은 없지만서도

"그 사람 어때?"라고 물었다.

"음... 사람이 참 착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


착한다는 의미는 그런 거였다. 특별한 매력이 없지만 뭐 나무랄 데 없는 그냥 그저 그런 사람을 보면 사람 참 착하다고 표현하곤 했다. 친구들 사이에서 소개팅 남이 어떠냐고 물어보면 그냥 착해라고 답하면, 그 뜻은 특별히 모난 구석은 없긴 한데 그다지 끌리지 않아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착한 남자보다는 나쁜 남자가 더 끌리고, 착하기만 한 여자보다는 나쁜 여자가 되어 매혹적으로 보이기를 바랐다. 



착해서 자기 잇속을 챙기기보다는 나누어 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어른들은 한심해하는 눈초리로 한 마디씩 던지곤 했다. 그렇게 착하기만 해서 제 몫을 챙기기나 하겠냐고. 제 밥그릇 찾아 먹고살겠냐고. 그럼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며 무작정 착한 사람 말고 적당히 못된 사람도 돼야 한다는 말을 하곤 했다. 사회에 나가서도 착한 사람은 귀신 같이 알아보고 달려드는 걸출한 사람들 때문에, 착한 사람을 이른바 호구로 만들어버리는 세상 때문에라도 아주 못 되게 보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착하다는 말은 참 별로라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착한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만 나는 착한 사람으로 불리어지기를 꺼려왔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고 아이를 키우고 어른이라는 지칭을 얻게 되며 나는 조금씩 착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솟기 시작했다. 내 아이가 어떤 착한 어른을 만났던 순간을 마주하면 나도 그런 착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진다. 닫혀가는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버스에서는 자리를 양보하고, 때로는 무거운 것도 나누어 들고, 내가 가진 것이 얼마 없지만 선뜻 나누어 줄 수 있는 어른을 만날 때, 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착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저 착하기만 한 매력으로 나를 표현하는 게 그리도 싫었던 내가 아이를 낳고 아이의 눈으로, 또 어른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착한 어른이 되고 싶어졌다. 비록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은 어렵다 할지라도 썩 내키지 않는다 할지라도, 착한 어른은 되고 싶다는 맘을 가지게 되었다. 나무랄 데 없고 모 난구 석도 없고 제 잇속만 챙기지 않는 따뜻하고 착한 그런 어른 말이다.



어른을 정의하는 나이의 범주에 들어서도 어른이 된다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어른이 되어 보려 한다. 심플 이즈 베스트라고 하지 않았던가. 똑똑한 어른, 본보기가 되는 어른, 멋있는 어른, 아름다운 어른, 부자 어른 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착한 어른이 되어보려 한다. 매력은 없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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