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방울 안 섞인 예수님 탄생일, 크리스마스가 좋은 이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를 위해 어떤 특별한 무엇을 할 것인가요?
몇 주 전, 성당에서 신부님의 강론을 듣고 있었다.
"크리스마스 좋아하나요?"
"네~!"
아이들은 크게 소리쳤고 어른들은 끄덕끄덕 고개를 아래위로 살짝 흔드는 사람과 그저 웃기만 하는 사람들로 고루 섞여있었다. 나는 후자에 속했다. 그때 신부님이 한번 더 물으셨다.
"왜 좋은가요?"
신부님의 물음에 아이들은 참아왔던 지방방송을 터뜨렸다. 비싼 오락기를 선물로 받아서, 애버랜드에 가기로 해서, 맛있는 걸 먹어서, 학원을 안 가서, 게임을 할 수 있어서 등등 다양한 답이 왁자지끌 하게 쏟아져 나왔다.
"그럼 어른들은 왜 좋아하세요? "
그러자 누군가 신자로서 모범답안을 말했다.
"예수님 탄생일이니까요."
'드디어 정답이 나왔군' 하는 신부님의 반응을 기다렸는데, 신부님은 되려 물었다.
"근데 그게 왜 좋냐고요. 남의 생일이잖아요. 남의 생일을 왜 기다리는 거죠? 왜 좋아하는 거죠?"
신부님의 마지막 물음에 머릿속에서 딩~하고 종소리가 울리는 듯했다. 나는 크리스마스를 왜 좋아하는 걸까? 크리스마스는 내게 무슨 의미일까? 선뜻 떠오르지 않는 대답에 1주일이 넘도록 질문의 답을 찾지못헀다.
지난주 내가 이끌고 있는 그림책 모임 <그림책으로 내 인생 찾기>에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물의 의미와 산타의 존재, 어른이 되어서 느끼는 크리스마스 등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지막 줌 모임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어 여기저기 자료를 찾던 중 한 글귀를 발견했다.
Christmas is doing a little something extra for someone.
캐릭터 스누피를 그리고 만화로 만든 만화가, 찰스 슐츠가 한 말이었다. '크리스마스는 누군가를 위해 좀 더 특별한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보며 그제야 질문의 답을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렸구나. 엄지와 중지를 맞붙여 힘껏 엇갈리게 하여 딱 소리를 내고 싶었다. 나와는 상관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엄연한 남인 아기 예수님의 생일이지만, 그날만큼은 우리는 나보다는 누군가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준비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준비하기도 하고, 평소에 갖고 싶어 했던 선물을 몰래 준비하고, 평소 숨겨두었던 마음을 카드에 꾹꾹 눌러 담아 전하고, 아이들의 산타가 되어 서프라이즈를 해 주기도 한다. 또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랜선으로 쿠폰을 건네고, 더 멀리 있는 누군가에게 소정의 돈으로 마음을 건네기도 한다.
이 글귀를 모임에 참여한 분들과 나누었다. 그러고는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를 위해 어떤 특별한 무언가를 할지 질문했다.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늘 아이들을 위한 선물만 준비했는데 남편을 위한 선물을 특별히 준비해 보고 싶다는 분, 가족을 위한 집밥을 준비하고 싶다는 분, 나 혼자만의 시간을 나에게 선물해주고 싶다는 분. 그중 한 분은 기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미 정기적인 후원을 하고 있지만 크리스마스에는 더 특별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고 했다. 내가 함께 나눈 글귀와 내가 던진 질문 덕분에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무언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 문장이 아니었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거라는 그분의 말이 오래도록 가슴에 남았다. 내가 이미 누군가에게 특별한 무언가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모임이 끝나고 시간이 흘러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다가온 오늘, 나는 미루고 미루었던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무언가를 실천했다. 꼭 금전적인 기부만이 훌륭한 일이고 칭찬받을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안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 기부와는 지구 몇 바퀴를 돌만큼 거리가 먼 사람이라서, 그래서 크리스마스만큼은 나누고 싶었다. 많든 적든 내가 가진 무언가를 나누고 싶었다. 내일 가족과 함께할 외식 비용의 조금을 떼어내어 누군가에게 특별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니, 크리스마스가 두근두근 기다려졌다. 크리스마스가 왜 좋은지, 왜 특별한지 알게 되었다. 남의 생일이지만 누군가에게 특별한 마음을 선물했고, 그 덕분에 나에게도 특별한 날을 만들어 주었으니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누구를 위해 어떤 특별한 무엇을 할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