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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Dec 24. 2022

P.S: 산타클로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요?

산타가 되고 싶은 아이

우리 집 아이들은 10시 전에는 꼭 잠자리에 든다. 어제도 여러 가지 일정으로 늦어졌지만 10시 가까이 되자 큰아이는 먼저 이불속으로 쏘옥 들어갔다. 작은아이는 10분만 더 있다가 자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꼭 할 일이 있다고 했다. 무엇이냐고 묻자 산타할아버지께 카드를 써야 하는데 아직 만들지 못했다고 했다. 잠이 몰려오는 얼굴을 하고서도 카드를 만들어야겠다고 오물오물 말하는 입술이 귀여워서, 딱 십 분만 더 있다가 자라고 했다. 황금 같은 10분이 흐르는 동안, 사부작사부작 아이는 바쁘게 움직였다.



손바닥만 한 크기로 접은 빨간색 머메이드지를 펼쳐서 안쪽에는 하얀색 도화지를 붙였다. 그러고는 표지에는 부직포로 만든 크리스마스트리와 눈 결정체를 붙여 카드를 완성했다. 목공풀과 딱풀을 적절히 사용하여 단단하게 만들었다. 카드가 만들어지자 안쪽 하얀 부분을 펼쳐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산타할아버지! 매년 좋은 선물 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기를 즐기지 않는 2학년 남자아이의 성향이 듬뿍 담긴 카드 내용이었다. 그대로 끝날 줄 알았는데 아이는 무언가를 더 쓰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망설이다 나에게 물었다.


"엄마, 그거 있잖아. 그거, 끝에 쓰는 거."

그것이 뭘까? 아하, 곧 나는 알아차렸다. 내 뱃속에서 나온 내 아들이라 그런지, 얼렁뚱땅 말해도 나는 참 잘 알아듣는다.

"아, 추신 말하는 거구나. P.S라고 쓰면 돼."

아이는 가 자신의 말을 알아차려주자 기쁜 미소를 띠며 카드를 채워갔다. 연필을 쥔 손에 가려 내용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말을 쓰려고 추신을 물었을까 궁금했다.



P.S: '산타클로스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예전부터 산타마을에 가고 싶다는 둥, 산타할아버지는 온 세상 선물을 다 가지고 있는 부자라는 둥, 각국의 아이들이 써낸 선물 리스트를 척척 알아내 선물해 주므로 몇 십 개 국어도 거뜬히 해내는 천재라며 산타를 극찬하곤 했다. 산타가 되고 싶다는 아이가 마냥 천진난만해 보여서 그 깜찍함에 질문했다.  왜 산타가 되고 싶은 거냐고. 아이는 선물을 나누어 주는 게 좋아 보인다고 했다. 나는 팔이 안으로 굽는 고슴도치 엄마라 아이의 마음씨가 착하다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는 게 좋아 보여 산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구나 혼자 짐작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다시 물었다.



"OO이도 누군가에게 무엇을 나누어 주고 싶었구나? 선물을 나누어 주는 게 멋있어 보였어?"

아이는 잠깐 입술을 요리조리 움직이더니 배시시 웃었다.

"아니. 사실은... 루돌프를 꼭 한번 타보고 싶어서."




아, 그렇구나. 그랬던 거구나. 밝은 달이 뜬 밤하늘을 루돌프를 타고 달려보고 싶었던 거구나. 아이는 내 예상보다도 더 순수하고 티 없이 해맑다. 아이 덕분에 오늘도 웃는다. 과연 내일 아침, 아이는 산타가 되는 방법을 알 수 있을까? 물음의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아이의 반응이 기대(?)된다.(음,,, 그러니까 뭐라고 써야 할까요? 답장 내용 좀 부탁드립니다. 이 세상의 많고 많은 산타부모님들이여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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