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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닮녀 Jun 29. 2023

나는 왜 야구를 볼 때마다 울까?

(feat. 최강야구)

9회 말 2 아웃, 주자는 3루. 스코어는 4:5.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고, 그게 아니라면 경기는 끝이 난다.

투수와 타자의 힘겨루기는 볼과 스트라이크를 꽉꽉 채워 어느새 풀 카운트가 되었다.

공 하나에 달린 두 팀의 운명. 공은 투수의 손을 떠났고 타자는 방망이를 돌렸다. 

플라이 아웃. 결국 그렇게 경기는 종료되었다.




지난 월요일 방영된 최강야구의 경기내용이다. 성균관대학교 팀과 마주한 최강야구 레전드 들은 젊은 피를 상대로 '졌잘싸'를 보여주었다. 


최강몬스터 팀 중에서 유일한 아마추어 선발 선수인 정현수 선수가 등장할 때부터 눈물이 났다. 정현수 선수의 경기를 응원하러 온 가족들의 모습이 카메라에 비치는데,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울컥 마음이 요동쳤다. 얼마나 간절할까? 할 수 있는 게 응원밖에 없어 마음을 한 없이 보내는 모습이 나의 가슴을 아릿하게 만들었다.

 정현수 선수는 아마추어 선수로 대학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런 선수가 고척 돔구장에 꽉 찬 관중들 앞에서 자신의 피칭을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거라 예상했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안타를 허용하며 실점으로 이어져 강등되고야 말았다. 아들의 쓸쓸한 뒷모습을 마주하는 엄마의 표정이 복잡 미묘해 보였다. 그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으면서도 이게 위로가 될까? 하는 그 안타까운 마음들이 나의 이야기인 양 와닿았다.


위기 상황에서 등판한 이대은 선수는 팀의 에이스답게 정말 잘 던졌다. 사실 현역 시절에 이렇게 잘 던졌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할 정도로, 다시 현역으로 돌아가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잘 던졌다. 하지만 무섭게 삼진을 쌓아가던 이대은도 투구 수가 쌓이면서 힘이 빠지기 시작했고, 8회 말 어렵게 동점까지 만들어 놓은 상황에서 9회 초, 다시 주자를 내보내고야 말았다.



늦은 감이 있었지만 뒤이어 낭만투수 오주원이 올라왔다. 빗맞은 타구는 안타가 되었고, 단 1점의 자리를 내어주고야 말았다. 1점은 아쉽지만 9회 말 한 번의 공격에서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점수이기에 희망을 걸었다. 9회 말 김문호의 안타로 무슨 일이라도 낼 것 같았던 최강몬스터는 정근우의 번트 실패로 병살을 맞닥뜨렸다. 마지막 희망인 최수현 역시 공 하나하나 집중하며 풀카운트 승부를 이어갔지만 결국은 플라이 아웃으로 패배를 맞이하고 말았다. 최강야구 프로그램 규정 상 승률 7할 이하가 되면 팀의 멤버를 방출해야 하기에 선수들에게는 더 큰 무게로 다가왔다.



경기가 끝나고 선발 투수였던 정현수는 자신이 처음에 실점하지만 않았다면, 이대은은 자신이 주자를 내보내지만 않았다면, 오주원은 자신이 점수를 주지 않았다면, 이대호는 자신이 홈런만 쳤더라면, 정근우는 병살 말고 혼자 죽기라도 했더라면, 최수현은 그때 플라이 아웃이 아니라 볼넷이라도 되었다면 하고 다들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이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말을 이보다 더 잘 보여준 경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다들 팀을 위해 희생하고 공 하나에 온 마음을 기울이는 모습이었는데, 결국 '스포츠는 오직 승리'라는 기본원칙 앞에 무너져 스스로를 자책하는 모습이 마음이 아팠다.


https://tv.jtbc.co.kr/clip/pr10011459/pm10064785/vo10696595/view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말해주고 싶었다. 정현수는 선발로 나서서 잘 싸웠고, 이 모든 게 경험이 될 거라고. 이대은은 에이스답게 빠른 수비시간을 가져가 주어 고맙다고. 이대호는 팀을 위해 하나하나씩 잘해가고 있다고. 정근우는 열심히 하려고 하다가 병살이 된 건 어쩔 수 없으니 괜찮다고. 최수현은 정말 짜릿한 파울볼에 오히려 행복했었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경기가 끝나고 관중들을 향해 어깨를 늘어뜨린 채, 입술을 굳게 다문 채, 인사를 하는 모습에 눈물이 핑 돌았다. 졌잘싸라는 말을 몸소 보여준 선수들에게 진심을 듬뿍 담은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다음 경기에 또 패배를 하게 되면 선수 중 누군가는 방출을 당하게 된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 모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을 나는 믿는다. 진심으로 잘하고 싶어서 그러다 보니 제구가 흔들리고, 잘하고 싶어서 허공에 방망이를 휘두르고 잘하고 싶어서 돌리다 보니 수비 정면으로 공이 가는 것을. 나는 왜 이렇게도 이 모든 장면들이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봐도 또 봐도 왜 이렇게 눈물이 왈칵 차오르는지 모르겠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이 브라운관을 뚫고 나오는 것을 느낀다.  한 가지 신기한 것은 롯데 자이언츠의 시즌 경기에서는 이 간절함보다는 승패의 아찔함이 먼저 와닿아 눈물보다는 화가 난다는 사실! 왜 그런지는 '나는 왜 야구를 볼 때마다 화를 낼까' 글을 참고해 주시길


나는 왜 야구를 볼 때마다 화가 날까? (brunch.co.kr)


부디 내일 롯데 경기는 화도 눈물도 아닌 웃음이 가득하기를! 바라며! (졌잘싸는 됐고 이깁시다!!!)

때론 눈물도 나고, 때론 화도 나지만

인생을 담은, 인생을 닮은 야구를 진짜 사랑합니다.  

그래, 이 맛에 야구 보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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